정일수 회장이 부산 동래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 골프모임에 참석해 1번 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훼미리 제공
정일수 회장이 부산 동래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 골프모임에 참석해 1번 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훼미리 제공
■ 정일수 ㈜ 훼미리 회장

골프장 컨설팅·회원권 분양
부산·경남에서 35년째 사업
러 경제관광특구 개발 맞춰
블라디보스토크 골프장 건설

베스트 스코어 74타 기록에
멀리건 받고 ‘홀인원’ 경험도
엘보 부상으로 비거리 170m
“다시 태어나도 골프 일 할것”


부산에 기반을 둔 정일수(62) ㈜훼미리 회장은 35년간 꿔왔던 꿈을 가꾸고 있다.

지난 9월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카페에서 서울로 출장 온 정 회장을 만났다. 정 회장은 1983년 골프장과 콘도 회원권을 파는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출발했고, 1986년 고향인 부산에 내려와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부산·경남지역에서 35년째 골프장 컨설팅과 회원권 분양 전문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은 골프 불모지 러시아에 골프장을 건설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러시아 정부와 정식으로 계약하고 블라디보스토크 제1호 골프장이 될 ‘블라디보스토크 골프&리조트’를 연해주개발공사와 합작 시행, 건설에 착수했다. 러시아에 운영 중인 골프장은 4곳뿐이다.

정 회장은 2018년 여름 무렵부터 이곳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를 ‘극동의 마카오’로 만든다는 계획을 전해 듣고 블라디보스토크로 달려갔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제관광특구로 지정하고 2025년까지 카지노 12개를 포함한 대규모 카지노 관광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여기에 골프장 건설 계획도 포함됐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계약서를 쓰고 3월 토지계약을 맺었으며 6월 골프장을 착공했다. 2022년 그랜드 오픈할 예정이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와 비슷하게 링크스 타입의 코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링크스지만, 포인트마다 나무를 심어 조경에도 신경을 쓸 작정이다.

정 회장이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콘도와 골프회원권을 판매하던 1984년. 영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골프채를 잡았지만,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정식 라운드는 하지 못했다. 부산에서 창업한 이후 1987년 4월에서야 처음 골프장에 나갔다. 부산CC에서 처음 골프를 치면서 “평생 이런 곳에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50대 중반부터 “남이 만든 골프장 회원권을 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골프장을 짓고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저기 기웃거렸지만, 갖고 있던 돈으로는 턱도 없이 모자랐다. 그사이 골프장 건설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높아졌고, 골프장 수도 600개 가까이 되다 보니 자신마저 없어졌다.

해외로 눈을 돌렸다. 부산시와 자매결연을 한 블라디보스토크를 지역경제인 교류 차원에서 방문했고, 경제관광특구 내 골프장 건설 계획이 눈에 쏙 들어왔다. 카지노 부지 내 170만㎡에 27홀을 짓는 비용이 국내 건설비의 절반으로도 여유 있을 것 같았다. 겨울을 제외하고 8개월 동안 라운드가 가능한 데다 평균기온 25∼27도인 여름철 시원한 골프를 즐기기에 안성맞춤. 비행기로 2시간 이내인 한국과 중국, 일본의 풍부한 골프 수요를 떠올려 골프장을 짓기로 했다.

명성콘도(현 한화) 영업사원으로 출발했지만, 회사가 부도나 직장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회원권 시대가 올 것”이란 기대에 차 뜻 맞는 몇몇 동료와 ‘락희레저’라는 회원권 판매업체를 차렸다. 하지만 경험과 자금이 부족한 탓에 2년 만에 실패하고 빈털터리가 돼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는 1년 동안 시장에서 이불을 도매했다. 그 사이 골프장들이 잇따라 인허가가 나면서 골프회원권이 증가했고,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서울에서는 골프·콘도회원권 붐이 일었다. 부산으로 내려와 훼미리레저를 차렸다. 이후 가야, 용원, 보라, 아시아드, 동부산, 베이사이드 등 ‘부·울·경’ 지역의 많은 골프장 회원권을 분양 판매했다. 그사이 그는 골프회원권 전문가가 됐고, 지역 골프장 오너가 그를 찾아와 회원권 분양은 물론 골프장 이름까지 상의할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회원권 붐이 일었던 시절 정 회장 손을 거친 회원권은 판매금액만 1000억 원이 넘을 때가 많았다. 1억∼2억 원 하던 회원권을 월 70∼80개씩 팔면서 은행 지점에서 계좌거래 실적이 2위에 오를 정도였다. 골프회원권 인기가 시들해지자 부산 센텀시티 내 부지 매입 후 오피스텔을 지어 완판했다.

정 회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40대 초반 가야CC 김해코스에서 기록한 74타며 현재 공식 핸디캡은 12 정도다. 요즘엔 80대 초중반 타수를 치는 편이다. 공식 홀인원은 없지만, 멀리건을 받고 홀인원을 넣은 적은 있다. 부산CC 인코스 2번 홀(파3)에서 티샷이 생크가 나는 바람에 해저드에 빠졌다. 동반자들이 “몸이 덜 풀렸으니 멀리건을 받아 다시 치라”고 해 150m 오르막에서 6번 아이언으로 쳤다. 그린에 올라갔겠거니 하며 가 보니 그린에는 공이 없었고, 혹시나 해서 홀로 다가가니 그 속에 있었다. 공식 스코어는 ‘파’였지만, 그날 그린피는 정 회장이 모두 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부산외대 최고경영자과정 총동문회 회장을 맡고 200여 명이 참석한 골프대회를 주최하면서 파 4홀에서 이글을 잡아냈다. 드라이버를 치고 오르막 160m가 넘게 남아 페어웨이 우드로 이글을 작성했다. 부상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회원권 분양에 관여했던 용원CC에서 퍼팅 이글을 2차례나 뽑아냈다. 그는 “몇 해 전부터 엘보 부상으로 고생한 탓에 요즘 드라이버 거리가 170m로 줄어 웬만한 파 4홀에서 ‘파온’이 버거워졌다”면서 “하지만 지인들과 얘기를 주고받는 ‘명랑골프’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골프를 평생 직업으로 삼았으니 인생과도 같다”는 정 회장은 “다시 태어나도 골프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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