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에게

‘치치 할머니 할아버지이자, 사랑하는 엄마, 아빠 김미향님, 라장용님에게.’

세상 모든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희생한다고 하지만, 엄마랑 아빠는 유독 본인들 욕심 없이 우리 둘 키우느라 고생만 한 것 같아서 생각만 해도 마음이 먹먹해. 석유 가게부터 마트까지 안 해본 일 없이 수고하면서, 작고 추웠던 집에서 밭 딸린 지금 집으로 이사 오기까지 나랑 동생 키운다고 고생 많았어.

자라오는 순간마다 아빠랑 엄마가 있었어. 매일 아침 등교할 때마다 학교까지 태워주고, 필요할 때마다 거리 상관없이 달려와 준 아빠, 기어코 출근 준비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 차려주고, 돈 없다고 투정부릴 때마다 아껴 쓰라면서 조금씩이라도 챙겨주던 엄마. 일상들을 적은 거지만, 나는 엄마랑 아빠가 만들어줬던 이 모든 시간을 통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랑받으면서 자랄 수 있었어. 그 덕분에 주변에 좋은 사람도 많이 생겼고, 사랑하는 여자친구랑 고양이도 있고, 회사에도 잘 다니면서 한 명의 성인으로 잘 생활하고 있어.

엄마, 아빠가 나와 동생에게 베푼 애정과 책임감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아직 자식이 없어서 전부 헤아릴 순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도 앞으로 태어날 내 자식에게 당연히 그렇게 해줘야겠다고 배운 거야.

아빠, 아빠가 암에 걸렸다고 했을 때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어. 드라마나 책에서만 보던 그 무서운 병이 하필 착한 아빠한테 왔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더라. 담배가 문제였겠지만 많이 피우면서도 무병장수하는 분도 많은데, 왜 하필 우리 다 키워놓고 편하게 쉬려고 할 때쯤에 아빠에게 이런 병이 온 건지 원망도 들었어. 기침 자주 할 때 화를 내서라도 빨리 병원 가보라고 조금 더 독촉해볼걸, 매년 억지로라도 건강검진을 받게 했으면 조금 더 빨리 발견했을 텐데 등 별생각이 다 들더라. 그래도 아빠는 잘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조금 힘들더라도 아빠 장기인 성실함으로 꾸준히 치료 잘 받고 건강 회복해서 그동안 못 가본 곳 많이 놀러 다니자.

엄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엄마한테 쌀쌀맞게 대답했나 싶어. 그런데도 묵묵히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문자 보내주고 늦게 들어오는 내가 걱정돼서 매일 전화해주는 엄마한테 고마워! 엄마가 했던 말처럼 지금의 힘든 시간이 서로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 많이 보내라고 하늘에서 준 시간이면 좋겠어. 엄마가 가진 그 굳센 마음으로 같이 잘 이겨 나가자. 벌써 엄마랑 아빠가 만난 지가 40년 가까이 돼가는데, 우리 키운다고 해외는커녕 가족여행으로 좋은 곳 한번 제대로 놀러 가지 못했던 게 항상 마음에 걸려. 얼른 답답한 병원에서 나와서 같이 맛있는 식당도 가고 경치 좋은 곳도 구경하러 가자! 데리러 오라고 전화 줘, 얼른 모시러 갈게.

아들 승혁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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