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수표교에서 노동 현실 개선을 외치면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서거가 13일로 50주기를 맞으면서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뒤돌아보게 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그동안 질적·양적으로 성장하면서 절대적 빈곤 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거대 노조의 강성화,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노동 형태의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취약계층 노동자 위기 등 새로운 시험대를 맞고 있다. 또 귀족 노조가 있는 반면, 택배노동자처럼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의 노동자 그룹이 있어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12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전태일 열사 서거 50주기를 맞아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전태일 삶과 노동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원보 노동사회연구소 이사는 ‘전태일 항거 이후 노동운동의 궤적’ 발제에서 “전태일의 죽음 이후 그의 요구, 노동운동의 목표는 실현됐는지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도 “전체 노동자의 90%는 여전히 노조의 울타리 밖에 있다”며 “노동시장 내부격차 확대 및 이중구조 심화, 분열된 정치 세력화 등의 문제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대 노총 측에서도 자성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석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노조에 대한 불신은 확대되고 있고 외형적 성장 이면에는 조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전태일 정신은 평등과 연대”라며 “연대의 정신하에서 대중 조직으로서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만이 한국노총의 살길이라는 점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기된 지적처럼 현재의 노동운동은 변화된 노동시장, 노동형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달·택배 시장 종사자들은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속하지만, 자영업과 노동자의 경계 위에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4차 산업시대에 폭증한 이들은 3차 산업사회를 기반으로 제정된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전 국회의원과 전태삼 씨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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