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지구촌 최고의 축구리그, 유럽 5대리그 중 으뜸으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정상급 골 감각을 뽐내고 있다. 김연경은 일본, 터키, 중국 등 해외에서 활약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국내 여자프로배구로 복귀했고, 소속팀 흥국생명이 올 시즌 개막전부터 전승, 1위를 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손흥민과 김연경은 인간미도 돋보인다. 가감 없는 솔직한 언변, 행동으로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둘은 주장이다. 손흥민은 축구, 김연경은 여자배구대표팀의 캡틴이다. 손흥민과 김연경을 포함해 종목마다 국가대표 주장이 있으며, 국제대회에서 선전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굵디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과거의 주장은 고참 몫이었다. 감독의 지시사항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군기’를 잡는 게 주장의 주요 업무였지만 요즘은 다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가교’ 역할로, 주장은 감독의 지시사항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코칭스태프에게 적극적으로 건의하며 쌍방향 소통의 매개체 기능을 하는 게 중요하다. 주장의 여러 조건 중 나이의 중요성이 줄어든 이유다. 주장은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때에 따라 쓴소리도 마다치 않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 물론 손흥민과 김연경은 균형 있는 감각을 바탕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며 국가대표팀이란 큰 배의 중심을 잡고 있다.
손흥민은 2018년 9월 칠레를 상대로 한 평가전에서 정식 주장으로 데뷔했다. 당시 26세였고 대표팀에 선배가 여럿 있었지만 손흥민이 완장을 둘렀다. 당시 대표팀 24명 중 손흥민의 선배는 13명이나 됐다. 주장 선임 조건에 나이의 중요성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파격이었던 셈.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손흥민을 선택했다. 포르투갈 출신 벤투 감독은 나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유럽에서 성장했고 선수·지도자로 활동했기에 나이가 아닌 능력을 우선해 손흥민을 뽑았다. 절묘한 낙점.
손흥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가대표는 영광”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캡틴이 된 이후엔 공사석에서 더욱 강한 책임감을 발휘하고 있다. 손흥민은 A매치를 앞두고 지난 12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동갑내기 친구 황의조(지롱댕 드 보르도), 후배 황희찬(24·라이프치히)과 관련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의조, 희찬이가 (올 시즌) 소속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표팀에서 경기력을 살려 소속팀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도 제(주장의) 역할이다.” 동료, 후배, 그리고 선배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듬직한 캡틴이다.
주장 손흥민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헌신, 배려가 돋보인다. 손흥민은 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훈련을 했다. 경기에선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고, 동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한국축구대표팀의 특급 도우미. 그라운드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훈련이 끝나면 뒷정리까지 하고 슈퍼스타 손흥민을 우러러보는 후배, 동생들에겐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넨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도 손흥민은 완장을 두르고 동생들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23세 이하 대표팀의 와일드카드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물론 쓴소리도 마다치 않는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약체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한 뒤 손흥민은 숙소에서 “이번 패배는 우리 커리어에 평생 붙어 다닐 것”이라고 말해 각성과 투지를 함께 유도했다.
쓴소리하면 김연경도 빼놓을 수 없다. 김연경의 ‘포지션’은 주장. 2014년 7월 대표팀 주장을 맡았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치렀으며 내년 도쿄올림픽에 참가한다. 흥국생명 주장이며, 지난 시즌엔 터키 엑자시바시 구단 최초의 외국인 선수 주장이었다. 김연경은 SBS TV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리더의 조건으로 솔선수범과 오지랖, 그리고 악역을 꼽았다.
‘주장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게 김연경의 지론. 후배, 동료가 미워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서다. 훈련 태도가 성실하지 않거나 게임 도중 집중력을 잃을 땐 어김없이 김연경의 호통이 터진다. “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정신 안 차려” “똑바로 안 해” “어제 잠 안 잤어” 등등 매서운 질책을 쏟아낸다. 단체종목은 한 명이 삐끗하면 분위기가 가라앉고 사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 없다. 김연경에게 ‘센 언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건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매번 따끔하게 꼬집는 건 아니다. 후배의 표정이 안 좋으면 “감독님! 쟤, 남자친구랑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으니 오늘은 조금 이해해주세요”라면서 후배를 챙긴다.
후배, 동료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사소한 것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각종 ‘정보’를 파악한다.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김연경에게 ‘보고’해야 한다. 장악하고 지배하려는 게 아니다. 주장이 자세히 알고 있어야 조직이 원활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선수범. 경기는 물론 훈련에서도 김연경은 늘 후배, 동료보다 한 뼘 더 높이 뛰고, 더 힘차게 ‘파이팅’을 외친다. 아파도 참고, 내색하지 않는다. 지난 1월 열린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김연경은 복근파열을 공개하지 않았고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출전을 강행, 본선행을 확정하는 데 앞장섰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대표팀 감독은 “김연경은 카리스마와 기량으로 모두가 똘똘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그는 훌륭한 리더이자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키 192㎝인 김연경은 득점에 성공한 뒤엔 포효하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금세 잔뜩 찡그린다. 팀의 사기를 북돋고,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효과만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