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히어로’

담양에 사는 ‘금옥씨’ 부부는 두 아들을 뒀다. 지난주(9∼13일)에 방송된 ‘인간극장’(KBS 1TV) 주인공 얘기다. 장남은 스님인데 출가 이유가 극적이다. “부모님이 엄청나게 싸웠어요.” 어린 눈에는 마치 초나라와 한나라의 싸움처럼 보였단다. “난 절대 결혼 안 할 거야.” 아이는 독립하고 삭발했다. 이때 노래채집가의 머리를 퍼뜩 스친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가사도 모르고 멜로디도 알 수 없지만 역사를 바꾼 노래임엔 분명하다.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 누가 영웅인진 몰라도 그들 탓에 애먼 청년들이 죽은 것만은 기록이 증명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상(聯想)이 시공을 넘나든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영화 ‘보이후드’(2014)는 같은 배우, 같은 제작진이 12년 동안 매년 15분 분량씩 촬영한 성장영화다. 넷플릭스로 다시 보니 다채로운 음악들이 귀에서 가슴으로 감동을 배송한다. ‘인간극장’과 데뷔연도(2000)가 같은 콜드플레이의 ‘옐로(Yellow)’엔 노란 은행잎들이 추억처럼 나뒹군다. ‘별들을 보세요(Look at the stars)/ 얼마나 당신을 위해 빛나는지(Look how they shine for you)/ 당신이 행한 모든 것들(And everything you do)/ 모두가 노란색이었죠(Yeah they were all yellow)’. 그러나 나중엔 말이 달라진다. ‘난 그대를 위해 선을 그었어요(I drew a line for you)’.

2014년 그래미어워즈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된 고티에의 노랫말도 의미심장하다. ‘당신은 그냥 내가 한때 알던 사람일 뿐(Now you’re just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가끔 난 당신이 망쳐놓은 시간들에 대해 생각해요(Now and then I think of all the times you screwed me over)/ 당신은 늘 내가 저지른 일이라고 믿게 했지만(But had me believing it was always something that I’d done)/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And I don’t wanna live that way)’. 제목부터가 ‘그냥 내가 한때 알던 사람(Somebody That I Used To Know)’이다.

상대가 선을 넘을 때, 그때가 바로 선을 그을 시기다. 사랑의 문법에 미숙한 부모들은 때로 자식을 망치기도 한다. 하지만 난관이 낙관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게 세상 풍경이다. 격렬한 부부싸움은 오히려 홀로서기를 재촉한다. 영화 ‘보이후드’에서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하며 울부짖는 엄마를 떠나 주인공이 기숙사로 향할 때 나오는 노래가 패밀리 오브 더 이어(Family of the Year)의 ‘히어로’다. 제목은 ‘영웅’인데 실은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는 노래다. ‘당신의 영웅이 되고 싶지 않아(I don’t wanna be your hero)/ 중략/ 당신의 가장무도회(Your masquerade)/ 그 대열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아(I don’t wanna be a part of your parade)’.

주철환 프로듀서·작가·노래채집가
주철환 프로듀서·작가·노래채집가
담양에서 출발한 음악동네 여행이 어느덧 머라이어 캐리까지 만나게 한다. 그는 같은 제목의 ‘히어로’에서 ‘당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거기 영웅이 있다(There’s a hero if you look inside your heart)’고 노래했다. 이름조차 영웅인 대한민국의 임영웅(사진)도 ‘히어로’를 발표했다. ‘세상이란 장애물이 너의 앞길을 가로막을 때/날 봐/언제나 너의 곁엔 내가 있어/불안 따윈 1도 없을 테니’. 이제 그는 집토끼(트로트), 산토끼(발라드) 다 잡을 심산인가 보다. 하기야 절망도 희망의 재료로 삼은 그를 장르 하나로 묶어둘 필요는 없으리라. 이번주 금요일 78세 생일(11월 20일)을 맞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사람을 평가할 때 그가 얼마나 자주 쓰러졌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일어섰느냐를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친이 들려준 말이다. 자식을 영웅으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라면 참고하는 게 좋을 성싶다.

프로듀서
작가·노래채집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