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 끝 출산한 엄마
우울증 겪다 아이 질식사시켜

법원 “죄책감 속 사는 게 형벌”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선고
개인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


법원이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친모에 대해 출산 후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범죄 행위 자체는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지만 최근 산모들 사이에서 출산 후 우울증 사례가 늘면서 예방적 차원에서 사회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6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 손주철)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4월 14일 서울 자택에서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A 씨가 출산 후 받은 스트레스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던 점을 참작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신병적 증상을 앓지 않았다면 어렵게 얻은 아이를 살해하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평생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형벌보다 무거운 벌”이라고 밝혔다.

결혼 후 자연 임신이 어려웠던 A 씨는 수개월 동안에 걸친 시험관 시술 끝에 임신에 성공해 지난해 12월 아들을 낳았다. 부부 모두 만혼의 나이에 간절히 원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A 씨는 힘든 육아와 달라진 환경에 따른 산후 우울증으로 올해 1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심한 우울감과 자기비하, 불안·불면, 판단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A 씨는 남편이 자고 있을 때 아이와 함께 투신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를 했던 의사는 재판부에 “출산 후 받은 피고인의 스트레스가 심한 우울감과 불안감으로 진행됐다”는 소견서를 제출했다.

A 씨에 대한 집행유예형과 달리 지난 2월 광주지법 형사11부는 남편과 다투고 생후 9개월 아이를 아파트 복도에서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엄마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적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해도 힘들고 짜증 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던 만큼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산후 우울증 유병률은 10∼1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5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관련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산모는 1.4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모자보건법 개정 이후 정부가 우울증 검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자가검사지로 우울증 여부를 판단하는 등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극적 사고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기보다는 정부가 보다 현실적인 정책적 고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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