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나, 일상을 위한 기도1, 130×162㎝, 장지에 석채, 2020
김유나, 일상을 위한 기도1, 130×162㎝, 장지에 석채, 2020
우리의 전통 민화 ‘책거리’(책가도)는 서가 안에 책, 도자기, 문방구, 과일, 꽃 등의 정물을 정연하게 배치 묘사한 장식적 그림이다. 보통 민화라 하면 제작자가 대개는 익명이다. 민속에서 생산된 그림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소재는 특권층인 왕실 및 양반네 서재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궁중 도화서(圖畵署) 소속 엘리트 화원(畵員)들도 즐겨 그렸던 그림이다. 그런데도 민화로 분류되는 것은 민간에서 더 널리 그려졌기 때문이다. 상류층 고급문화를 모방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한 ‘책거리’를 새롭게 재구성해서 그리는 이가 김유나이다. 역광 원을 배경으로 책들이 들쑥날쑥 꽂혀 있고, 작가만의 소품이 더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치열하게 작업하다 해 뜰 녘 엄마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주부 화가의 기도가 담겨 있다. 밤새 작업했던 흔적들, 붓, 물감, 종지들도 동트자 휴식이다.

마지막 남았던 / 새벽 별마저 스러지고 /햇살 퍼지는 아침은 / 눈부시다

새롭게 태어난 /청정한 목숨들로 / 세상은 가득하다

참으로 아름다운 것들만 살아서 / 숨쉬는 종일이면 좋겠다(김학철 詩, ‘아침의 기도’)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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