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조사팀장

6·25전쟁 70주년과 해군 창설 75주년의 뜻깊은 해가 저물어간다. 어느덧 전후 세대가 전체 국민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생존해 있는 6·25 참전용사도 많지 않지만, 대부분 90대 이상 고령이다. ‘영원한 해군’으로 존경받는 최영섭(92) 한국해양소년단연맹 고문(예비역 해군 대령)도 그중 한 분이다. 최 고문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롤모델로 삼아 오로지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데 헌신해 왔다. 6·25 남침 당시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 갑판사관으로 대한해협 해전에서 부산에 침투하려던 북한군 선박을 격침하는 데 공을 세웠다. 대한해협 해전뿐만 아니라 인천상륙작전 등 해군의 주요 작전을 승리로 이끈 공로로 금성충무무공훈장 등 훈장 4개를 수훈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부친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는 최 고문의 집안은 ‘병역 명문가’다. 그는 비록 노병이지만 자신이 육·해·공군·해병대 대원을 지휘하는 ‘통합군사령관’이라고 한다. “내 밑에 동생 2명(해병대 대령·해군 중사), 아들 4명(해군 대위·육군 중위·공군 대위·육군 소위), 손자 5명(육군3, 해군1, 해병대1)이 모두 육·해·공군·해병대에서 복무했어. 그래서 내가 이들을 지휘하는 통합군사령관 아니겠어.” 그는 학교와 군부대 등에서 안보 강연을 하고 모은 3000만 원을 해군 순직자 자녀를 돕는 데 써달라며 지난 5일 해군에 전달해 화제가 됐다. 앞서 2018년에도 3000만 원을 해군에 기부했다.

해군은 최 고문의 평전(評傳)을 4년 작업 끝에 오는 12월 발간할 예정이다. 해군 사상 네 번째 평전이다. 창군 이래 수백 명이나 되는 해군참모총장, 장군 출신도 아닌 예비역 대령에 대한 평전 출간은 처음 있는 사례다. 바다에서 싸운 영웅 중 거의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해군 역사의 산증인이다. 최 고문은 내년 3월 펴낼 목표로 자서전 퇴고 작업에도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다. 서재 구석에 먼지가 뽀얗게 앉은 기록과 사진을 찾아내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 가고 있다. “6·25전쟁에서 전우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그 흔적을 후대에 남겨 놓는 것이 노병이 사라지기 전 해야 할 마지막 책무”라고 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전쟁 영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우리는 그들을 기려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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