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충남 홍성군 장곡면 ‘젊은협업농장’
비닐하우스 1동빌려 사업 시작
조합원 40명·하우스 8동으로
농촌에 적응할 인재육성 목표
참된이해위해 1년간 기본교육
행사 참가자 30∼60대 다양
토양 관리·비용등 질문 쏟아져
“귀농, 치킨집 창업과 크게 달라
환상 깨고 섣부른 도전 경계를”
지난 12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있는 ‘젊은협업농장’에 20여 명의 도시민이 모여들었다. 젊은협업농장은 청년들이 농촌의 삶을 경험하고 농업을 배워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허브 역할을 하는 곳으로 최근 귀농·귀촌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이곳을 찾은 도시민들은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추진 중인 ‘귀농·귀촌 연계 체험형 농촌관광’ 프로그램 참가자로, 저마다 귀농·귀촌의 꿈을 안고 이곳을 찾았다.
참가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지만 중간중간 30대 젊은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에 사는 임모(여·37) 씨는 “어려서부터 주말농장에 꾸준히 다닐 정도로 귀농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며 “최근 직장을 그만뒀는데 농촌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모(34) 씨는 “지금 서울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데 갈수록 농업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체험 농장을 포함한 경관 농업을 시작해보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도시에서 쭉 살다 보니 정보도 적고 농촌을 직접 체험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그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이들이 찾은 젊은협업농장은 홍성군 홍동면 풀무학교 전공부(2년제 농업전문과정) 교사였던 정민철 이사가 제자들과 의기투합해 지난 2011년 장곡면에 있는 비닐하우스 1동을 빌려 ‘세 남자가 사랑한 쌈채소’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디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3년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후 ‘젊은협업농장’이라는 이름의 협동조합으로 진화했으며 현재는 조합원 40여 명, 하우스 8동으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젊은협업농장은 농작업만을 반복·숙달시켜 한 사람의 농민을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청년 인재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농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1년을 기본 교육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간단한 마을 소개가 끝난 뒤 본격적인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의 첫 일정은 젊은협업농장 취지에 걸맞은 ‘쌈채소’ 수확이었다. 귀농에 관심이 있는 참가자들인 만큼 프로그램이 시작되자마자 “여기는 몇 평 규모인가요” “토양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비닐하우스를 한 동 짓는데 얼마 정도의 비용이 드나요”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정영환 젊은협업농장 매니저는 귀농 선배 입장에서 참가자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성심성의껏 답하며 다양한 팁을 전수했다. 그는 “귀농·귀촌 시 농사 규모를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수준으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우스가 1동밖에 없으면 벌이가 안 좋을 수 있고, 그렇다고 무작정 3~4개로 늘려도 일손 부족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자신에게 맞는 농사 규모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모(여·61) 씨는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작정 욕심을 부려서 좋은 것도 아닌 것 같다”며 “노후에 남편이랑 같이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직접 와서 농촌을 체험해보니 많은 준비를 하고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귀농을 위해 농사지을 땅까지 마련해뒀다는 김모(여·56) 씨도 “오늘 와서 보니 귀농·귀촌에 대한 의지가 생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부를 많이 하고 와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확 체험이 끝난 뒤에는 인근에 있는 홍성유기농영농조합으로 자리를 옮겨 지역에서 생산된 작물들이 어떤 시스템을 거쳐 전국으로 유통되는지를 살펴봤다. 남모(53) 씨는 “귀농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판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데 생산된 작물이 어떤 유통 과정을 거쳐 내 밥상까지 오게 되는지를 직접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선배 귀농인들의 조언도 이어졌다. 조대성 홍성유기농영농조합 대표는 “귀농은 도시에서 치킨집을 차리는 것처럼 쉽고 만만한 일이 아니다”며 “특히 귀농 초기에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고 귀농을 직업으로 삼을지 아니면 간단한 소일거리 정도로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이틀 차인 13일 오전에는 정민철 이사의 특강이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정 이사는 특히 강의 시간 내내 “환상을 가지고 귀농·귀촌의 삶을 시작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섣부른 도전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귀농 4년 만에 연 5억 원 버는 청년 농사꾼’ 등과 같은 내용만 접하다 보니 대부분 귀농·귀촌을 쉽게 본다”며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농촌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는 그만큼 농촌에서 먹고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귀농·귀촌을 결정할 때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내가 지금까지 도시에서 누렸던 다양한 혜택을 유지하면서 플러스로 자연과 여유로움, 일정 수준 이상 소득 등을 모두 잡으려 하면 결국 현실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이 도시와 농촌은 다르다”며 “농촌에 잘 녹아들기 위해서는 여기가 작동하는 방식, 이곳의 문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모(여·52) 씨는 “오히려 이렇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줘서 더 좋은 것 같다”며 “좋은 이야기만 듣고 덜컥 왔을 때 생각한 것과 다르면 대처가 어려울 수 있는데 이렇게 미리 어려운 점을 이야기해주면 대비를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홍성=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농림축산식품부·㈔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문화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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