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울산산업고등학교 김나영 교사가 이끄는 ‘원예사랑 봉사단’ 소속 학생들이 서부노인복지회관에서 원예 봉사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울산 울주군 울산산업고등학교 김나영 교사가 이끄는 ‘원예사랑 봉사단’ 소속 학생들이 서부노인복지회관에서 원예 봉사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김나영 울산산업高 교사

식물 키우고 꽃·나무 기르니
아이들 긍정적 마음 저절로

봉사하니 배움 더 진지해지고
가족간의 사랑도 더 끈끈해져
마음 알아주는 교사 되고싶어


“농업은 긍정적인 마음을 기르는 데 더없이 좋은 과목입니다.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학생들은 기다리면서 몸을 움직여야 해요.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인식이 학생들의 마음속에도 자라나죠.”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한 울산산업고등학교 김나영(42·여) 교사는 이 학교에서 식물 자원과 조경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다. 울산산업고는 상업·농업·보건 분야의 특성화 고등학교인데, 울산지역에서 유일하게 농생명계열이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김 교사는 농업이란 교과에 대한 자부심과 긍정적인 믿음이 확고하다. 그는 “우리 학교는 특성화고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운 친구가 많은 학교다”며 “사랑과 관심이 부족해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학생도 있고, 특히 어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학생들이 있어 학생들의 마음에 긍정적인 감정을 심는 교육을 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긍정적인 마음은 가장 기초적인 생활습관인 인사, 배려,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는데, 농업 안에는 그런 기본적인 감정을 훈련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을 키우고, 꽃과 나무를 만지며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학생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배울 것을, 그리고 더 나아가 본인의 지식과 기술을 학교 밖에서 널리 사용할 것을 강조한다. 그는 원예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원예사랑 봉사단’을 만들어 5년째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지역의 사회복지회관 등에서 월 1회 꾸준히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그는 “배움이 배움에서 그치지 않고, 학교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으로 더 유용하게 쓰일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이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배움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공부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은 학생들에게 배려심을 길러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김 교사는 말했다. 그는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라는 급훈을 자주 사용한다. 학생들이 하루 중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데, 작은 교실에서 긴 시간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배려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서로 배려할 때 학교라는 공간이 즐거워진다”면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사랑도 함께 자라나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어떠한 상황에서건 당차고 씩씩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그는 기억에 남는 한 제자 이야기를 꺼냈다. 김 교사의 제자는 지적 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몸이 불편한 삼촌과 함께 살면서 왕복 3시간이 넘는 통학을 하던 학생이었다. 하루는 학교에 추수감사제 맞이 국화전시회가 열렸는데, 학생이 아픈 엄마를 초대해 팔짱을 끼고는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우리 엄마예요”라고 소개를 했다고 한다. 학생은 학교생활을 정말 성실히 했고, 전국영농학생 전진대회에 울산 대표로 참가해 수상했다. 졸업 후 한 대기업에 취업해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다고 했다. 김 교사는 “아직 어린 학생에게 부끄러울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당찬 그 모습에 감동받았다”면서 “중요한 건 삶에 임하는 긍정적인 태도와 밝은 자세라는 걸 학교 학생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마음을 알아주는 교사’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그는 “아이들이 저를 떠올리면 ‘그래도 선생님은 우리들의 마음을 좀 잘 알아줬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을 생각하는 제 마음이 진심으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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