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담 참석자
사회 : 박민 편집국장
예술 : 최현미 문화부장
과학 : 최재규 사회부 기자
노동 : 오남석 문화부 차장
교육 : 손기은 특별기획담당 기자
경제 : 조해동 경제부 부장
정치 : 허민 전임기자
국제 : 신보영 국제부장
한계 없이 발전하는 인공지능(AI), 위기에 봉착한 민주주의,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인류는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변화의 핵심은 공존이다. 그것은 무차별적인 개발과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왔던 인간 이외의 생물에 대한 보호와 보존의 수준을 넘어선다. 생명이 없는 사물에 대해서도 고유의 본질을 인정하고 지구라는 행성을 구성하는 평등한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부터 7회에 걸쳐 연재된 문화일보 창간기획 ‘Deep Question’ 시리즈는 공존의 지혜를 찾기 위한 과정이자, 인류 미래에 대한 절박한 철학적 모색의 결과물이다. 필자 7인은 박민 편집국장의 사회로 지난 20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사옥에서 도발적 모색의 전 과정을 되짚었다.
질문의 중요성
◇박민 편집국장 = 이번 창간 기획의 핵심은 질문을 찾는 것이었다. 우리가 머지않은 미래에 ‘어떤 질문’과 맞닥뜨리게 될지를 보다 전향적이고 도발적으로 모색하자는 것이었다. 직접 취재와 연구, 집필에 참여했던 일곱 분의 편집국 ‘어벤져스’는 어떤 생각으로 시리즈에 임했나.
◇최현미 문화부장 = 사전 취재를 통해 질문을 만들고, 다시 취재하고, 이에 대한 결론을 찾아가면서 단계마다 질문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한국 사회는 이제까지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 답을 찾는 것에 익숙했다. 정답을 찾고 정답인 길로 가려고만 했다. 하지만 답은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기는 어렵다. 답을 구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범위 내의 지식과 정보를 분석하고 조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지금은 답을 구하는 것보다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허민 전임기자 = 비슷한 점을 느꼈다. 논문 작성을 할 때도 연구 질문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도 질문을 던지고 또 그 질문에 답하면서 계속 질문을 수정했다. 생각이 심화되면 질문도 함께 심화된다.
◇최재규 기자 = 질문은 일종의 열쇠 구멍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를 대할 때, 우리에게 의미 있는 내용을 검토해보고 그 해결을 위한 열쇠를 찾으려면 결국 열쇠에 맞는 열쇠 구멍이 있어야 한다.
질문의 한계
◇박민 = 시리즈를 마무리한 시점에서 찾아낸 7가지 질문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오남석 차장 = 노동 문제를 담당했는데 처음에는 AI와의 경쟁에서 ‘인간의 일자리가 남을 것이냐, 남지 않을 것이냐’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질문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국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줄든 늘든 사람들은 그 세상을 살아가야 하고, 그걸 전제로 지금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 서면 일자리와 노동에 대한 낙관·비관의 이분법은 큰 의미가 없다. 처음부터 이런 문제의식을 가졌다면, 더 깊은 취재를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조해동 부장 = 경제 분야의 미래 예측은, 맥킨지 2050 리포트처럼 가설을 세우는 방식이 전형적이다. 우리 기획 형태의 질문을 제기하는 일이 경제 분야에는 많지 않다. 기후변화 위기와 성장을 연결하는 발상은 전형적인 경제학을 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낯선 일이었다.
◇신보영 국제부장= 국제 분야에서는 이런 큰 틀에서 조망하는 기회가 많지 않다. 조각조각 우리에게 필요한 분야들을 집중해서 분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외교의 여러 중요성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 점은 아쉽다.
모색의 과정
◇박민 = 이제 분야별로 구체적 내용이나 사례를 들어서 질문을 모색해온 과정을 얘기해보자.
◇손기은 기자 = 교육 부문에서는 상상력이 많이 필요했다. 현재 교육계는 여전히 입시, 사교육, 대학의 생존과 같은 의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 논문이나 보고서에서 참고할 것이 거의 없었다. 처음에 잡았던 주제는 ‘AI 시대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AI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였다. 그런데 취재하다 보니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의 범위를 AI와의 경쟁에서 공존·융합으로 확장해 우리 자녀들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신보영 = 국제 분야는 워낙 변수가 많아 한 방향을 정할 수 없어 시나리오 식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기본 개념은 ‘궐위의 시대’로 시작했다. ‘어떤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 낼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현재 진행되는 미·중의 단극 체제를 향한 투쟁의 형태로 결론이 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다극 체제 속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구조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혼란과 갈등이 장기간 지속하는 일종의 백가쟁명 춘추전국시대가 계속될 것인지를 생각했다. 이런 기본적 틀에서 우리가 다뤄야 할 문제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국 외교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최현미 = ‘인간 없는 예술은 가능하냐’라는 질문은 비교적 빨리 만들었는데 취재하면서 이 질문을 계속 의심했다. 과연 유효한가, 의미 있나, 적절한가, 우리를 평소 생각지 못한 먼 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느냐는 생각을 했다. 취재원들은 대부분 흥미로운 질문이라고 했지만, 잘못된 질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질문이 너무 극단적이어서 오히려 기계에 대해, 인간 외 존재에 대한 반발을 부르고 공포를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 질문에는 이 같은 공포까지 포함해 인간과 기계, 인간의 창조성과 기계의 창발성,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 인간 외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 등 여러 문제와 고민이 들어가 있었고, 또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출발점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재규 = 노화 방지 연구에 대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 연구의 결과 중 일부가 이미 실험실 밖으로 나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성공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기사에 그러한 실감을 최대한 담고 싶었다. 우리는 이 분야의 새로운 소식이 나올 때마다 ‘노화는 정복되나’ ‘인류의 수명이 늘어나나’처럼 마치 아직 꿈속의 일이지만 언젠가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투로 대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연구가 현실화됐고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되는 만큼 이제 그 의미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와 정책적 대비를 논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모색 그 이후
◇오남석 = 답을 찾는 과정에서 앞으로 정치와 언론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어떤 식의 시스템을 설계할 것이냐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 사회는 극심한 진영 대결에 빠져 건설적인 대화나 토론이 안 되는 답답한 상황이다. 개인의 차원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AI 혁명 시대에 세상이 어떻게 되든 나는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은 안 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 변화가 자신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유급노동에 쓰던 시간이 줄어든다면,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박민 = 중요한 지적이다. 노동, 의학, 교육, 예술 등 어떤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나든 그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치를 분배하는 것이 결국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담당해야 하는 경제 시스템이나 정치, 국제정치 영역도 급변하고 있다. 정치의 가장 전통적 기능인 ‘가치의 권위적 분배’가 포퓰리즘이나 거대 플랫폼 기업 등으로 왜곡되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전통적 질서가 위협받고 있다.
◇허민 =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질문은 던져졌지만 완벽한 해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어차피 2020년 현시점에 2050년 미래를 위한, 인류가 고안해낼 수 있는 최적의 정치체제와 민주주의의 뉴노멀을 찾아낸다는 게 연목구어였다. 다만 누군가는 나와 우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질문을 해보는 것, 그리고 지식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연구하고 글을 쓰며 그 답을 찾는 것, 그것만으로도 정치 발전을 위한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박민 = 문화일보는 지난 1년여 동안 인류가 직면하게 될 미래를 위한 철학적 모색을 이어왔다. 오랜 이원론적 사상에서 벗어나 탈 인간적 새로운 사유를 탐구한 ‘사상의 최전선’(2019.9∼2020.3), 과학의 발견과 논의의 최전선을 탐구하는 ‘과학의 최전선’(2020.7∼현재), 기후위기와 성장을 다룬 ‘문화미래리포트 2020’(2020.9.3), 팬데믹 시대 개인과 세계를 성찰하는 ‘팬데믹 시대의 인문학’(2020.10∼현재) 등이 그것이다. 이번 창간 기획은 그 성과의 연장 선상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질문을 모색하기 위한 과정이다. 내년에는 문화일보 프리미엄 독자와 우리 사회가 미래를 전망하고 대비하는 데 보다 유익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정리 =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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