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 “지침준수 맞지만
문책까지 하면 역효과 날 것”

민간기업도 인사불이익 소문
“코로나 탓 승진 밀릴까 걱정”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막기 위해 공공부문 대면 모임·회식 등을 사실상 금지한 특별 방역 지침을 위반한 공무원에 대한 문책방침을 놓고 공직사회에서 ‘과도한 조치’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 주변에서는 전일 정부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에 대해 23일부터 전체 인원의 3분의 1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대면 모임·행사·회식을 했다가 감염이 발생할 경우 해당 공무원을 문책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 “지침으로 끝나야지 문책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이 앞장서서 방역에 협조해야 한다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감염이 다수인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지침 위반자라는 낙인이 찍혀 기피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책을 받을 경우 공무원 신분인 경우 인사상 불이익도 우려된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확진자 혐오증’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민 접촉이 잦은 경찰관들의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정보 경찰관은 “외근직이라 대면 업무가 불가피해서 아무리 조심해도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문책까지 하는 건 너무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보안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한 일선 경찰관도 “최근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혐오를 다룬 책이 출판될 정도인데 걸리면 죄인이 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23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방역 관리 강화 방안’을 반영해 전날부터 자체 특별지침을 수립·하달했다. 이에 따라 △직원 3분의 1 재택근무 △출근·점심시간 분산 △출장 원칙적 금지 △대면 모임 자제 등 방역을 위한 복무관리 수위가 격상됐으며 지침 위반자는 문책할 방침이다. 다음 달 승진 물망에 오른 한 현직 경찰관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판”이라면서 “예정된 모든 약속을 거리두기 종료 예정일인 다음 달 7일 이후로 미뤘다”고 전했다.

민간 기업에서도 정부의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시 인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는 한 임원은 연말 인사를 앞두고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사내 인사상 별도 지침은 없지만, 혹시라도 감염될 경우 회사 업무에 차질을 주는 만큼 ‘확진자’라는 주홍글씨가 찍히면 승진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감염이 죄도 아닌데,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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