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림, 타인-응시, 162×121㎝, 장지에 채색, 2020
강유림, 타인-응시, 162×121㎝, 장지에 채색, 2020
우리의 전통 인물화 화면은 색이 참 우아하고 깊이가 있다. 배채(背彩)나 다겹 중색 등의 독특한 방법으로 우러나오는 기품 있는 색감이 인물 피부 표현에 더할 나위 없이 절묘하다. 물론 인고의 숙련과 내공이 관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분칠(粉漆)한 것처럼 뿌옇게 떠 있는 느낌을 피할 수 없는데, 우리의 것은 차분하고 맑으며, 자연스럽게 숙성된 색감으로 차별화된다.

한동안 왜색(倭色)이라 외면받던 채색화를 온전한 우리 것으로 돌려놓은 채색인물화의 진수를 만날 수 있어 반갑다. 한국화가 강유림, 그는 우리만의 방법을 익힘으로써 내면 세계가 고스란히 투영, 얼굴로 표출되는 심상-표정을 극 중 연기(演技)처럼 그려 왔다. ‘심경(心境)이 투영되는 스크린’이라는 매력 때문에 얼굴을 유심히 본다.

제목에서 말하는 ‘타인’은 위장된 것일지도 모른다. 화면에 캐스팅한 캐릭터는 자신이 예쁜 것을 알고 있는 개성 충만한 나르시시스트 같다. 욕망과 자유, 이상을 희구하는 내면을 거울 보듯 연기하고 있다. 벌새의 등장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욕망의 심벌,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는 너.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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