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委도 기존정책 제동
“원전도 대안 중 하나로 검토를”


문재인 정부가 최소 2050년까지 ‘탄소 중립’(탄소 제로)을 추진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병행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기존 화력 발전을 대체하기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탄소 배출이 극히 적은 원전 비중을 대폭 낮춘다면, 사실상 탄소 중립 달성은 요원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친환경 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역시 원자력 발전을 병행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4일 통화에서 “탄소 중립화와 탈원전 정책은 현실적으로 병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원자력 발전을 빼고는 탄소 제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전 세계적인 상황”이라며 “가장 먼저 ‘넷제로’를 발표한 영국도 원자력은 백업 역할을 담당했고, 미국 조 바이든 정부도 원자력 발전이 백업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을 소개한 홈페이지를 보면 ‘태양광(solar)’과 ‘풍력(wind)’이란 단어는 등장하지 않지만, ‘발전된 원자력(advanced nuclear Power)’이란 단어는 등장한다. 정 교수는 “바이든 정부도 ‘RE100(Renewable Energy 100 : 재생에너지 100%)’이 아닌 ‘CF100(Carbon Free 100 : 카본프리 100%)’ 정책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2050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만 메아리처럼 되뇔 뿐 전체 40%를 차지하는 화력 발전을 어떻게 대체·보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까지 나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석탄 발전을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0으로 감축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생산 구조를 만들되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안병옥 운영위원장은 “정부의 현 원전 정책을 불변의 요소로 놓아서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얘기하기 힘드니 원전도 다양한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을 지낸 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탈원전은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원자력 발전은 클린 에너지이면서 활용도도 높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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