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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금융혁신과 융합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
기존 금융산업 휘젓는 메기 역할

KB, 모바일 인증서로 편의 증진
하나금융, DT 유니버시티 운영

신한금융, 디지털 플랫폼 구축중
빅테크 독점·은행권 전산장애 등
금융당국, 잠재위험 대응책 고심



금융산업의 공룡인 금융지주들이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빅테크(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대형 정보기술(IT) 회사)·핀테크(IT와 금융이 결합된 회사)의 공습으로 재편 중인 금융산업의 새로운 생태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전력질주다. IT기업에 진입 장벽을 낮춰준 금융당국은 이들의 혈투를 지켜보며 더 나아진 금융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달라질 금융산업 권력구도를 주시하며 새롭게 부상할 위험에 대비한 규제책을 살피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는 각기 다른 전략과 접근법으로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모바일인증서를 개발해 모바일뱅킹의 편리성을 극대화했고,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9월 디지털 전환 로드맵 고도화 계획을 수립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조용병 회장 직속으로 ‘룬샷 조직’을 신설해 비(非)금융 분야에서도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남산타워 사옥명을 우리금융디지털타워로 바꾸고 디지털·IT 부문을 이곳에 모아 매일 오후 실무를 챙기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모든 임직원이 디지털 경영(Biz)·디지털 IT·혁신기술 등 3가지 분야 중 1개 이상에서 전문화된 인재가 되는 것을 목표로 ‘DT(디지털 전환) 유니버시티’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디지털 전환에 사력을 다하는 건 금융이 ‘초시대’를 사는 IT 업계의 시계로 강제 편입됐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1960∼1970년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1990년대 인터넷뱅킹, 2000년대 모바일뱅킹 등을 거치며 비교적 서서히 진행됐다. 정체되는 듯했던 디지털화는 최근 금융산업의 ‘메기’ 역할을 주문받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한 은행에서 모든 계좌 정보를 볼 수 있는 오픈뱅킹 등으로 속도를 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변곡점을 맞았다. ‘분리경제’에 진입한 현재, ‘고래’로 성장한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많은 사용자 간 상호교류가 가능하고,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편익이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며 금융회사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경쟁력 있는 분야에 특화된 영업모델을 갖춘 핀테크는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이려는 금융회사와 손잡으며 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15∼40세)로 부(富)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변화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은행산업이 지금과 같은 대형은행 중심 구조, 핀테크와 은행이 공존하되 빅테크와는 경쟁하는 구조, 빅테크 중심의 새로운 금융구조로 분화돼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영국 등 금융회사의 장악력이 큰 주요국은 은행과 IT 기업 간 경쟁 과정을 거쳐 제휴 등을 통해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중국 등 그렇지 않은 나라는 알리바바 등 IT 기업을 중심으로 금융생태계가 형성됐다. 과점체제 고착화를 깨고자 빅테크 등에 금융산업의 문턱을 낮춰 경쟁을 촉발한 금융당국은 이제 공정한 시장의 규칙을 고민하고 있다. 빅테크의 시장독점, 은행권 전산 장애 운영 위험 증가 등 금융의 디지털 혁신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잠재 위험에 대한 대응책도 고심하고 있다.

민정혜·송정은 기자
민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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