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금융진출 어떻게

“뭐 더 먹을 게 있다고 자꾸 들어오나.”

시중은행 디지털 담당 임원이 카카오에 이어 토스도 은행을 설립한다는 얘기를 듣고 내뱉은 첫마디다. 빅테크(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가 가진 무기, ‘데이터’와 ‘연결’의 힘을 간과한 말이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은 기존에 없던 금융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기존 금융권 시선에서 보이지 않는 틈, ‘그레이존(gray zone)’을 파고들었다.

카카오가 설립한 카카오뱅크는 2017년 설립 당시 은행권이 외면했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시작했다. 중금리 대출이 가능했던 건 카카오뱅크만의 비정형데이터 덕분이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 등급 창출 시 SNS상에 나타난 빅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형태의 신용등급을 창출해 내는 방식을 적용한다. 기존 금융권이 두려워하는 점은 빅테크 기업만의 ‘연결’이다. 네이버는 네이버쇼핑으로 쌓은 포인트를 네이버 통장에 넣을 수 있게 하고, 오프라인 결제 시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 안의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금융권의 은행, 카드 역할을 겸비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중·소상공인(SME)을 대상으로 무담보 신용대출을 실시하고, 보험 서비스도 출시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아직 먹을 건 무궁무진하다”고 호언장담한다.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한 결과 금융 산업에 진출한 빅테크의 흑자 도달 시간은 카카오뱅크 3년, 토스 5년으로 짧아지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평소 “습관 속의 맥락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공인인증서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없애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수천만 원까지 대출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도 금융 혁신을 뒷받침했다.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규제 샌드박스, 데이터 주권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에 이어 핀테크(IT와 금융이 결합된 회사) 기업들이 은행 전산망에 접근할 수 있는 마이페이먼트 등 제도도 내년 시행된다.

핀테크 시대, 춘추전국시대는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자산관리, 개인 간(P2P) 금융 등 새로운 영역 개척도 본궤도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금융의 슈퍼앱’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토스는 토스인슈어런스와 토스페이먼츠를 출범했고 올해 모바일 증권사를, 내년 하반기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울 계획이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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