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
“이건 그냥 평범한 책상이 아니랍니다. 런던이나 에든버러에서 구할 수 있는 그런 책상, 오찬을 위해 사람들 집에 방문했을 때 볼 수 있는 그런 책상이 아니에요. 뭔가 마음이 통하는 것 같은 책상, 개성이 넘치고 믿음직하고 묵직하며, 대단히 듬직한 그런 책상이에요.”
버지니아 울프(1882∼1941)가 1930년대에 6파운드 10실링을 주고 산 책상에 대한 얘기다.
잉글랜드 서식스 로드멜 마을, 울프 부부의 시골집 몽크스하우스. 그곳에서도 과수원 모퉁이에 자리한 글쓰기 오두막(오른쪽 사진)에 놓여있는 책상(왼쪽 )이다. 울프는 남편이 이 집을 구입한 1919년부터 삶을 마감할 때까지 22년 동안 중요한 작품 대부분을 이 책상에서 썼다. 매일 아침 정원을 가로질러 글쓰기 오두막을 찾았고 낮에는 안락의자에서 손으로 소설 초고를 쓰고 오후엔 책상에 앉아 원고를 타자기로 쳤다.
그녀는 평생 자신을 따라다닌 우울증을 이곳의 자연 속에서 다스리곤 했는데, 때론 햇볕 아래 누워 사과와 니포피아를 바라보고 식사에 곁들일 라즈베리나 딸기를 따며 구스베리 잼도 만들었다고 한다. 캐럴라인 줍의 책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봄날의 책)은 몽크스하우스와 정원의 봄여름가을겨울, 그 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울프와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캐럴라인 아버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몽크스하우스는 1969년 남편 레너드도 세상을 떠난 뒤, 1980년대부터 내셔널트러스트가 소유·관리하고 있다. 저자 줍은 2000년 세입자로 몽크스하우스에 입주해 정원을 가꾸고 일주일에 두 번씩 집을 개방하며 지내고 있다. 울프를 기억하는 매우 아름다운 책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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