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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경제로의 전환 / 자크 아탈리 지음 / 양영란 옮김 / 한국경제신문

코로나 탓 경제 멈추고 격리
‘고독 속 쇠퇴하는 사회’ 돼

생명 존중 보건에 투자하고
교육·소비 패턴 싹 바꿔야

‘유럽 최고 석학’ 자크 아탈리
코로나 이후 인류 비전 담아


불확실성의 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그 명징한 증거다. 어떻게 우리 곁에 왔는지, 언제 물러갈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미증유의 사태다. 최근 출간된 ‘생명경제로의 전환’에서 “유럽 최고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미증유의 사태에 집중하기보다 불확실성이 낳은 문제들이 어떤 모양으로 전개될지 먼저 묻는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팬데믹으로, 기아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인가? … 여자와 어린이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른 종류의 투쟁이, 팬데믹과의 투쟁에 묻혀 망각되는 일이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거대한 악몽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현실 대응책도 중요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위험이 없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대담한 전환을 촉구한다. 제목 그대로 “생명경제로의 전환”을 지금 시작하자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이전, 즉 과거로 회귀하기를 원하는 “이른바 지도자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새로이 태동하는 것을 알아보고 …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로 삼는 세대”가 앞장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역사상 있었던 각종 전염병은 물론 미증유의 사태들이 가져올 변화와 영향력을 미리 내다본 사람들에 의해 종식됐다. 아탈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의 대처에 기민했던 한국을 책 곳곳에서 언급한다. 미리 전략을 수립하고 여론을 설득했으며, 진단 검사 키트와 마스크 생산에 들인 노력들 덕분에 “사회 전체가 잠정적인 무덤 속에 갇히는 국면”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온 국민을 격리하지도 않았고, 경제를 완전히 멈추지도 않았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잠시 낮아졌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추위 등의 이유로 국내 신규 확진자가 500명이 넘어섰다.

아탈리는 “지금까지 겪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충격적 깨달음”이 전제돼야만 어떤 행동이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각국이 격리를 선택함으로써 집단의 경제가 멈춰선 상황에서, 전 세계가 ‘고독 사회’로 확연하게 진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를 “고독 속에서 쇠퇴하는 사회”라고 명명하면서 “이러한 사회의 도래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생태적 대가는 지금도 이미 그렇지만, 앞으로도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것, “그건 환상”이라고 일갈하는 아탈리는 이렇게 말한다. “이 죽음의 경제를 탄생시킨 모든 것을 다시금 끌어안게 될 테니까.”

해법은 무엇일까. 아탈리는 우선 정치가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회복해야 할 정치의 본질이란 시민들을 죽음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죽음은 한없이 가벼워졌다. 모든 사람이 지극 정성은 원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예를 갖춘 죽음을 기대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의 죽음은 그것조차 불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죽음뿐 아니다.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거대 제약회사 등에, 즉 그것을 지배하는 자본에 내맡긴 지 오래다. 전 세계 모든 국가는 임박한 파국, 즉 기후 온난화에도 관심이 없다. 오롯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여기에 대해 확실하게 경계하지 않으면, 모든 지성과 저항력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바람직한 결과도 얻지 못할 것이다.” 각성한 시민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아탈리는 각성한 시민들이 해야 할 일로 “지금이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또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재고”할 것을 권한다. 거기서부터 “생명경제로의 전환”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국가와 가계가 공히 “수입의 적지 않은 부분을 건강에 할애해야 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국가는 공중보건 관련 인력을 대폭 증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기업과 대학은 연구 공동체를 만들어 코로나19는 물론 새롭게 닥쳐올 위기에 관한 연구를 독려해야 한다. 대도시는 특히 각종 위협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확실해졌다. 분산이 답이며, 분산된 곳에 들어설, 아니 어디든 새로 짓는 모든 건물은 “탄소 에너지 중립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교육이다. 온라인 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무엇보다 “새로운 교수법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교사들을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사회를 열어갈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 모두에게 너무도 자주 쏟아지던 거짓과 어림짐작과는 거리를 두고서, 바라건대 최대한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책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생명경제로의 전환’은 그의 바람처럼 “지금까지 관찰된 사실들의 종합이며, 무엇보다도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게 될 세계에 대한 전망”으로 나름 적절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336쪽, 1만8000원.

장동석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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