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둘러싼 억압과 장애를 둘러싼 억압이 서로 얽혀 있다면, 해방의 길 역시 그렇지 않을까?”
미국 장애 운동가 수나우라 테일러가 쓴 ‘짐을 끄는 짐승들’은 장애학의 렌즈로 동물을 바라본다. 서로 분리된 채 전개돼 온 장애운동과 동물운동을 하나로 묶는 ‘교차성의 사유’를 펼친다는 점에서 값진 시도다. ‘관절굽음증’이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난 저자는 ‘장애인’과 ‘비인간 동물’에게 가해지는 비(非)장애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어떤 몸을 열등하다고 낙인찍는” 비장애중심주의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공장식 축산의 현장이다. 인간에게 제공할 식량과 재화를 위해 동물들은 “마취도 없이 부리를 절단”당하고 끊임없이 ‘품종 개량’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폭력적 행태를 보며 저자는 장애인을 향한 사회의 억압을 떠올린다. 오랜 세월 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차별의 시선은 여전히 뿌리 깊다. ‘절름발이 경제’ ‘눈먼 돈’과 같은 표현이 흔하게 사용되고, 자유로운 물리적 이동을 가로막는 ‘문턱’도 곳곳에 솟아 있다. 선진국에서조차 장애인의 50∼70%가 실업자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장애인이나 동물이나 여전히 불완전한 타자인 동시에 거추장스러운 ‘짐짝’ 취급을 받는다. “비장애중심의주의는 동물과 장애인의 삶을 덜 가치 있고 폐기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저자는 피터 싱어를 비롯한 동물 보호 운동가들의 인식에도 비장애중심주의가 내포돼 있다고 지적한다. 싱어는 “지적 장애인처럼 인지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권리가 있다면 동물도 권리를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논지를 펴는데, 이는 “한 존재(동물)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다른 존재(장애인)의 삶을 완전히 짓밟는” 사고의 발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성적 사고를 특권화함으로써 인간을 비인간보다 높은 지위에 놓는 방식으로는 “동물해방도, 장애해방도 불가능하다.”
장애와 동물을 하나의 층위에서 살핀 저자가 내세우는 대안은 ‘비거니즘’과 ‘상호의존의 윤리’다. 테일러의 비거니즘은 단순히 육식을 멀리하는 일상적 실천이 아니라 “무차별적 도살에 반대하는 정치적 입장”에 가깝다. 신선한 채소나 과일보다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패스트푸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조건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 역시 동물임을 자처하는” 상호의존의 감성이 절실하다. 저자는 비장애중심주의가 추구하는 ‘자립’과 ‘효율’의 가치는 환상에 불과하다며 “오랫동안 짐짝 취급을 받아온 존재들이 서로의 수레를 끌어주며 새로운 해방의 세계로 함께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424쪽, 2만2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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