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간 최초의 고양이 펠리세트 │ 엘리사베타 쿠르첼 글 │ 안나 레스미니 그림 │ 이현경 옮김│여유당

고양이가 우주로 여행을 갔다고 하면 대부분은 아름다운 판타지를 상상하거나 슬픔에 대한 은유라고 여길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실제 일어났던 일이고 문학적 은유가 아니다. 우주에 간 동물이라면 1957년 11월 3일 스푸트니크 2호를 탔던 개 라이카를 떠올린 사람이 많을 것이다. 라이카는 모스크바의 길거리를 떠돌던 개였는데 이민희의 그림책 ‘라이카는 말했다’가 라이카가 겪은 무서움을 그려준 바 있다. 그리고 ‘우주로 간 고양이-펠리세트’를 읽고 우리는 그런 두려움을 견뎌야 했던 이들이 또 있었음을 알게 된다. 토끼 마르푸샤, 다람쥐원숭이 미스베이커와 고르도, 곰쥐 샐리·에이미·모우, 침팬지 햄, 히말라야 원숭이 앨버트 2세, 개 벨카·스트렐카·체르누사카·치간·데지크. 우주에 가려는 인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의지와 상관없이 우주선을 탔던 동물들의 이름이다.

작가는 앞 면지에서 무중력 상태에 있는 고양이 펠리세트의 모습을 콜라주로 나타냈다. 그는 풍선처럼 위아래도 없이 둥둥 떠다닌다. 그는 파리의 길고양이였다. 1960년대 우주개발 경쟁이 시작되면서 누가 먼저 사람을 우주에 보낼 것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던 이들은 시험 삼아 영리한 길고양이 펠리세트를 우주선에 태우기로 결정한다. 펠리세트의 머리에 우주정보를 기록할 전극을 심는다. 펠리세트가 우주선을 타기 전에 펠릭스라는 고양이가 먼저 우주 고양이가 될 뻔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그는 우주로 떠나기 직전에 달아나버려서 지구에 남았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펠리세트가 바라보던 우주를 상상한다. 고통이었을지 환희였을지 그의 경험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은 그런 상상보다는 무사히 돌아온 펠리세트의 앞발바닥에 잉크를 찍어 서명을 팔던 일, 기념품을 찍어내던 일을 말해준다. 그리고 모두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오로지 인간 자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세계에 대해 일갈한다. 우주개발에 희생된 동물을 기리기 위해 이 책을 쓴 엘리사베타 쿠르첼은 이탈리아의 과학저널리스트다. 누가 우주로 간 최초의 고양이 펠리세트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이제부터는 그를 안다고 말하겠다. 그를 알고, 그 일의 의미를 돌아보는 독자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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