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경)는 20여 년 전 광고기획사에 면접을 보러 갔어요. 저는 사회 초년생, 규환님은 제 면접관이었죠. 며칠 후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얼마나 기뻤던지요.
규환님은 평소에 굉장히 무뚝뚝했어요. 직원들하고 말도 별로 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독 저에게만은 친절했죠. 어느 날은 규환님이 수줍은 얼굴로 누런색 종이봉투를 쑥 내미는 게 아니겠어요? 영문도 모르는 채 봉투를 받아 열어보니 사과가 들어 있더군요. 제가 사과를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아직도 붉어진 얼굴로 빨간 사과를 건네던 규환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 다녔던 광고기획사에 사내 커플이 있었어요. 일을 마치고 그 커플이 꼭 저와 규환님을 불러내 같이 만나곤 했죠. 넷이 어울려 노는 시간이 늘다가 자연스레 연애가 시작됐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규환님은 제가 면접을 봤던 그날 바로 제게 마음을 빼앗겼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1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어요. 규환님은 말수가 적어 표현하지는 않지만 한 번씩 웃어주고, 신경 쓰지 않는 듯하면서도 배려해 주는 모습이 좋았죠.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규환님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묵묵히 제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서로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투덕거림도 있었어요. 사소한 일로 수없이 싸웠죠. 아들 둘을 낳고 키우며 수많은 어려움을 건너온 지금, 참 많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여보! 아이들 아빠로 성실하게 살아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묵묵하게 버티고 있어 줘서 우리 아들들도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바르게 잘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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