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소개·여행 프로그램 키워드는 ‘외곽·지역’
부동산 과열·코로나 경험하며
‘수도권 생활’ 벗어나자고 주문
전국 숨은 알짜 주택 소개하고
자연 누리는 지역의 명소 탐방
“1시간거리 외곽서 풍요로운 삶”
“직장·교육 고려 않은 판타지”
나날이 오르는 서울 아파트 가격에 모두가 부동산 이야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또 어떠한가. 인구가 밀집한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일상 감염의 위험이 높다. 그래서일까? 요즘 방송가의 새로운 키워드는 ‘탈(脫)서울’이다. 서울을 떠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 혹은 떠나고 싶은 시청자들이 가진 고민의 반영이고, 일종의 해법 제시인 셈이다. 과연 이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는 청사진은 대안 제시일까, 아니면 그저 판타지에 그치는 것일까?
◇열심히 일한 당신, ‘서울’을 떠나라!
집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MBC ‘구해줘 홈즈’나 tvN ‘신박한 정리’ 등 ‘집방’(집을 소재로 삼은 예능 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했다. ‘구해줘 홈즈’가 의뢰인이 원하는 가격대에 맞춰 집을 알아봐 주고, ‘신박한 정리’가 유명 연예인의 집안 정리를 해줬다면 최근 집방의 취지는 조금 다르고, 더 구체적이다. 대표적인 화두는 ‘서울을 떠나라’다.
JTBC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와 채널A플러스 ‘Bye Seoul(바이 서울) 여기, 살래?!’의 제목은 노골적이다. 각각 ‘잊고 있던 집의 본질을 되새기고 마음속에 간직한 드림 하우스를 찾아 떠난다’와 ‘서울에 집중된 부동산 과열 현상에서 물러나 전국 각지에 숨겨진 알짜배기 집을 소개한다’는 기획의도를 가진 프로그램은 획일화된 아파트로 가득 찬 서울을 벗어나면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행 예능 역시 달라졌다. 앞선 인기 먹방이 서울과 수도권 식당 중심으로, 한동안 유행한 외국인 출연 예능이 서울 명소 탐방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JTBC ‘갬성 캠핑’과 KBS joy ‘나는 차였어’ 등은 서울을 벗어나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자고 권한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방송사 대부분이 서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제작비도 아끼고, 출연자들도 원거리 촬영을 꺼려 서울 중심으로 움직였다”며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고 해외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서울을 벗어나 보다 자연과 가까워지는 동시에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찾으려는 욕구가 커졌다”고 말했다.
◇탈서울, 판타지일까?
이 같은 프로그램은 탈서울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구체적 대안을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25일 방송된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에 등장한 경기 광주 목조주택의 거주인은 버스로 1시간 거리인 서울로 출퇴근하고, 300평 마당까지 딸린 주택을 5억 원 이내로 지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울 외곽 살기가 결코 환상이 아님을 말해주는 셈이다. 실제로 서점에서도 팍팍한 ‘서울살이’에 대한 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시나들’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등을 연출한 권성민 PD가 집필한 ‘서울에 내 방 하나’는 서울 자취에서 시작해 자립으로 이어가는 자가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불과 몇 년 사이 이러한 집 늘리기조차 불가능해진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탈서울 예능 프로그램이 결국은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거 여건, 직장과의 접근성, 교육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일반인들의 ‘서울 선호’는 여전한데, 외곽으로 눈을 돌리자는 주문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에게 ‘서울을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결정이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이 판타지로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탈서울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TV를 통해 쉼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대리만족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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