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유죄 판결에 고소인·변호인 “사필귀정”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에 대해 1심 법원이 유죄 판결(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내리자 전 씨를 고소한 당사자와 고소인 측 변호사는 “사필귀정”이라고 환영했다.

고 조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30일 전 씨에 대한 판결 선고 직후 “5·18의 주범인 전 씨에게 유죄 판결이 났다는 건 참으로 다행”이라며 “그가 유죄라고 밝힌 재판장의 설명 하나하나가 모두 정확했고, 우리가 받아들일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5·18 진상규명을 위한 실마리라는 점에서 전 씨에 대한 유죄 판결은 의미가 있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5·18 진상규명은 새로 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것을 두고 “재판이 진행된 긴 시간 동안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도 형량이 낮아 너무 아쉽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인 김정호 변호사도 “상식과 역사적 정의를 확인한 사필귀정의 판결”이라며 “법원은 1980년 5월 21일의 헬기 사격과 5월 27일의 헬기 사격을 모두 역사적 사실로 인정했다. 1980년 5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법원의 판결로서 인정되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역시 “국민의 공적 관심사인 역사 왜곡이 문제가 된 이 사건에서, 피고인 전두환이 전혀 반성하고 사죄하지 않음에도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것은 사법적 단죄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재판이 끝난 후 법정에서 퇴정한 전 씨는 곧바로 법원을 떠나지 못하고 한동안 머물렀다. 광주지법 주변 도로에 5·18 단체 회원들이 앉아 농성하면서 경찰이 진출로를 확보하기 위해 출발시간이 다소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력이 농성 중인 5·18 단체 회원들을 도로 밖으로 밀어내는 사이 전 씨는 법원을 나섰다. 5월 단체 회원들은 법원 주변에서 전 씨를 직접 대면해 항의하고 사과를 받으려 했으나 무산되자 분노하기도 했다.

전 씨는 이날 법정에서 선고 공판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꾸벅꾸벅 조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보였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