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이른바 ‘조국흑서’ 공동저자이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권경애 변호사는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해임 강행 사태의 본질에 대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살인을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정의했다. 권 변호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고 반헌법적 정신을 드러내기 시작하던 때에 (앞서) 법무부 장관을 맡아 달란 요청을 받았다는 한 정치인에게 왜 수락을 안 했느냐 물으니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차도살인’ 제안인데 왜 수락하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어떤 법무부 장관이 와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권력 수사를 밀어붙인 윤 총장을 끌어내야 하는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일 것이다.
추 장관 의도대로 풀렸다면 2일 오후 4시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윤 총장 해임 결정을 밀어붙이는, 즉 권 변호사가 차도살인에 빗댄 일련의 행위는 예정대로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법원이 전날 윤 총장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고, 추 장관의 자문기구인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가 부당하다고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면서 제동이 걸렸다. 급기야 징계위 당연직 위원으로 징계 청구권자인 추 장관을 대신해 위원장을 맡은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징계위는 결국 4일로 미뤄졌다. 법무부 2인자로 차기 검찰총장 유력 후보였던 고 차관은 “이대로는 징계위가 열려서는 안 되고, 참석할 수도 없다”는 취지로 사표를 냈다고 한다. 추 장관은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성정을 볼 때 예정대로 거사를 밀어붙일 것이다. 집권 세력이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믿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검찰개혁을 가장해 권력 비리 의혹 수사를 무력화하고 검찰을 장악하려 한 최악의 법치파괴 행위로 기록될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여권 인사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만 출범하면 윤 총장이 수사 1호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다시 꺼내고 있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추 장관이 12월 대대적인 학살 인사를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청와대 윗선 개입 의혹을 밝혀야 하는 원전 수사팀은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비등하다.
살해당한 사람이 죽음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남기는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를 주목해야 할 때라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윤 총장 핵심 징계 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 감찰 업무를 담당한 평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자신이 작성한) 법리검토보고서의 내용 가운데 (추 장관의) 수사 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혐의 없음)이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없이 삭제되었다”고 적었다. 한마디로 외압과 조작이 있었다는 얘기다. 최근 일선 수사 검사들은 훗날을 위해 친정부 성향 간부들의 잇따르는 무리한 지시를 이른바 ‘외압 일지’로 꼼꼼하게 기록해 둔다고 한다. 현재 진행형인 역사적 법치 파괴 현장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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