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강서구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첩약 급여의 필요성과 한약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김경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강서구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첩약 급여의 필요성과 한약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첩약 급여화 주장… 김경호 한의사協 부회장

“첩약에 대한 책임 한의사가 져
왜 의사가 검증하겠다 나서나

의사들 신약 1000개 출시되면
10년후 살아남는 것 10개 안돼
양약 부작용 한해 25만건 달해

의사 의료기기 사용 독점도 문제
엑스레이·혈액 검사·진단 장비
과학화·객관화 도구 모두 막아”


전통의학인 한약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20일부터 안면신경마비, 뇌혈관 질환 후유증, 월경통에 대해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은 기존에 20만~40만 원 하던 한약을 5만~7만 원 정도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국민 입장에서는 고가로 구입해오던 치료용 한약을 건강보험 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한의사협회를 꾸준히 비판해왔던 의사단체에선 이번에도 시범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첩약의 안전성 검증이 안 됐다는 게 주된 이유다. 시범사업도 애초 10월부터 예정됐다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의 반대로 연기돼 11월부터 시작됐다. 시행 이후에도 양측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의사협회는 첩약의 안전성을 직접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서구 허준박물관 옆에 있는 대한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김경호 부회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김 부회장에게 의사협회 등에서 꾸준히 제기해 온 한약의 안전성에 대해서부터 물었다.

―한약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의사들이 검증해야 한다는데.

“의사협회 주장일 뿐이다.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의사들이 쓰는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을 예로 들자. 이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물질이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합성해 낸 단일물질이다.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그런 건 당연히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독성검사부터 하고, 임상 1~3상까지 해야 한다. 그건 먹어보지 않은 물질이라 그렇다. 그런데 한약은 다 먹어 본 거다. 5000년 전에 나왔다. 한약재 약 5만 종이 실려 있는 책이 중국 명(明)대에 나왔다. 특히 일상적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서 한약이 많다. 대표적인 게 쌀이다. 쌀은 갱미(粳米)라는 한약재로 쓰인다. 대추도 대조(大棗)로, 밤도 건율(乾栗)이라는 한약이다. 우리가 많이 먹는 생강과 마늘도 한약이다. 그 외에도 도라지, 질경이, 민들레도 한약이다. 잘 아는 인삼도 있고, 둥굴레도 있다. 인간이 수천 년 동안 먹어오면서 다 검증돼왔던 약이다. 안전성이 다 검증된 그런 약을, 한의사들이 한의약적 원리에 맞게 배합해서 환자에게 드리는 거다. 이게 한약이다. 이러한데 무슨 임상시험을 해야 하나. 그리고 한의학에도 수많은 경험과 독성학 등의 전문적인 교육이 있다. 첩약에 대한 책임은 우리가 진다. 한의사가 이 분야 치료에 대해 면허를 받은 직군이고, 가장 전문가 집단이다. 이걸 왜 의사가 검증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반대로 의사들의 신약이 올해 1000개가 출시됐다고 하면, 10년 후에 살아남는 건 10개도 안 된다. 다 부작용 때문에 퇴출당한다. 그런데 대표적인 한약 십전대보탕은 1000년이 넘었다. 쌍화탕은 1400년 된 약이다. 뭘 얼마나 더 검증해야 하나.”

―각 한약재는 안전성이 검증됐지만, 섞어서 주는 한약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사협회 주장도 있다.

“의사도 당뇨약, 혈압약, 관절약, 소염약 다 같이 준다. 어려운 용어로 약물 인터랙션(drug interaction)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다 한꺼번에 처방한 데 대한 임상시험이 있나? 이것에 대한 안전성은 세계적으로 시판 후 조사(PMS)를 통해 국가가 부작용을 관리하는 거다. 한약도 그렇게 하면 된다. 그리고 최근 자료를 보면 의약품 부작용센터에 보고된 양약의 부작용이 25만 건이다. 그중 2만5000건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큰 부작용이다. 한약의 부작용은 1년에 양약 부작용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보고된다. 그리고 거의 한약 먹고 설사했다. 소화가 덜 된다. 머리가 조금 아팠다. 이런 가벼운 증상이 대부분이다. 물론 심각한 부작용도 있을 수 있지만, 간혹 한두 건 수준이다. 한약이 훨씬 더 안전하다. 한약재 관리는 정부가 제시하는 수입검사, 규격 사용 등 한약재 안전사용 관리방안이 다 적용됐다. 세계에서 안전관리시스템이 가장 잘돼 있는 게 우리나라다. 한의원에서 쓰는 한약은 100%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규격품이다. 한약재에 관한 부작용이나 문제는 부정유통, 한의원이 아닌 데서 먹어서 나온다. 이걸 마치 한의원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한의사의 처방이 아니지 않나. 예를 들어 ‘낭탕근’이라는 약재는 산에서 캐서 먹을 수 있다. 인삼이나 더덕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잘못 먹으면 죽을 수 있다. 그런 것도 한약 사고라고 비판하는데, 그런 경우라면 개똥을 먹고 죽어도 한약 사고라고 해야 한다. 우리보다 선진 의학국인 미국의 산부인과학회도 생리통, 자궁내막증에 한약 병용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의사와 한의사가 서로 싸우지 않으며 대부분 양한방 병용 치료한다. 중국 쑤저우(蘇州)도 난임치료를 개척하기 위해 생식 시술에 대규모 임상을 했는데, 한약 병용 투여군이 단독 시술보다 임신 성공률이 2배 이상으로 높았다. 이렇다면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효과가 좋다면 그동안 왜 안 했던 것인가.

“치과의사와 의사들이 서로 싸우지 않는 이유는 진료 영역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사는 한의사하고 100% 겹친다. 수술 빼고는 다 겹친다고 보면 된다. 한의사는 질병분류목록(KCD) 1만4000개 질환을 진단하는 직군이다. 그러니 의사협회 입장에선 ‘제로섬 게임’이라고 보는 거다. 그래서 의사협회에서 한의사협회를 엄청나게 핍박한다. 대표적인 게 의료기기를 못 쓰게 하는 거다. 사실 엑스레이는 의사가 발명한 것도 아니다. 물리학자 뢴트겐이 발명했다. 뢴트겐은 특허를 내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것은 인류 모두를 위해서 써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의사가 독점한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한의사가 의생으로 격하되기 전에는 한의사가 의사였다. 당대에 가장 발전된 과학기술을 활용해서 환자를 치료하는 최전선에 있는 의사였다. 모든 전염병 관리를 다 했다. 그런데 호러스 알렌이 들어와 제중원을 세워놓고 본인이 의사라면서 한의사를 의생으로 격하시킨 거다. 이건 식민지 수탈의 역사다. 척식의 역사라고 하는데, 식민지 수탈에서 두 가지가 쟁점인데 하나는 군대가 들어와서 주둔하는 거고, 하나는 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거기에 이식하는 거다. 일본이 딱 그렇게 했다. 제중원 이전에 청나라를 통해서 서양 의술을 받아들였던 한의사가 즐비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지석영, 유대치다. 이런 분들이 다 독립운동을 했고, 그래서 이런 분의 역사가 지워졌다. 아직까지 120년 넘는 기간, 의학은 아직 독립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건 일제가 만든 그대로 이식된 거다.”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한의사의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대로 의사협회는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역사적인 배경이 이렇다 해도 국민을 위해서라면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발목이 뼈서 한의원을 가본 적 있나. 한의원 가면 제일 먼저 부러진 곳을 확인해야 한다. 똑 부러진 건 금방 아는데, 금이 간 건 모른다. 이는 치료의 방법과 예후가 완전히 다르다. 엑스레이 없이 금이 갔는지 알려면 환자 발목을 비틀어 봐야 한다. 환자 죽으라는 이야기다. 이러면 안 되니 환자 보고 쩔뚝거리면서 저 앞 의원에 가서 사진 찍어오라고 해야 한다. 말이 되나? 요즘 작은 노트북 크기의 포터블 엑스레이가 수없이 나온다. 방사선 발생량이 자연 발생량의 1000분의 1이다. 그걸 왜 의사만 써야 하나, 한의사도 볼 수 있다. 의사협회 연구소에 따르면 의대와 한의대 과정의 75%가 같다. 당연히 영상진단 교육을 받고 해부학, 생리학도 다 배운다. 그래서 엑스레이를 한의사도 보면서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보기만 하고 찍는 건 의사가 찍는다고 한다. 요즘 다 방사선사가 찍는데. 이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 의료계다. 모든 법령에 의사가 독점하게끔 해놨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리치료는 의사가 해야 안전한가. 의사는 의대 6년 동안 물리치료 2학점 배운다. 물리치료사들은 대학 4년 동안 배운다. 누가 더 안전한가. 그런데 현실은 의사가 처방을 내려주지 않으면 물리치료사가 물리치료를 못한다. 이게 말이 되냐.”

―문제가 있다면 왜 바뀌지 않는가.

“바꾸려고 하면 의료법을 바꿔야 하는데, 그럼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에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니까 파업도 하지 않았나. 다 돈 때문이다. 국가가 구입처를 하나로 하면 독점이 된다. 우리나라는 의사에게만 독점을 주고 있다. 여기에 경쟁을 시키면 비용이 바로 떨어진다. 지역의료를 활성화하는 데 한의사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도 의사만큼 배웠다. 엑스레이 쓸 수 있게 하고 진료하게 하면, 응급이송·만성질병 관리 다 해결할 수 있다. 왜 못하게 하나. 의사 수가 모자라는데 의대 정원을 못 늘렸다면, 한의사를 활용하면 된다. 정부가 지역 의사 4000명을 늘린다고 하는데, 한의사에게 1차 의료를 열어놓으면 2만5000에서 3만 명의 의료인력이 바로 생기는 거다.”

―정부에 요구하는 게 많을 것 같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사협회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을 위해서 첩약 급여를 안정화하면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투자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융복합 의학 등에 쏟아부은 돈이 수조 원인데, 그중 10분의 1도 한의학에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과학화하고, 객관화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투자하지 않아도 좋다. 과학화·객관화할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하게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다. 그게 엑스레이, 혈액검사, 각종 진단장비들이다. 과학화, 객관화, 검증 다 하겠다. 할 수 있는 도구를 달라.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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