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 이름에 붙은 ‘개’는 질이 떨어진다는 뜻도 있지만, 야생 상태의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관리를 받지 않고 제멋대로 자라는 것이 야생이지만 돌려 말하면 식재료 중 최고로 치는 ‘자연산’이란 뜻이기도 하니 그리 나쁜 말만은 아니다. 달걀프라이를 닮은 개망초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데 정작 망초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동요 ‘고향의 봄’에 나오는 ‘복숭아꽃 살구꽃’ 때문에 살구도 유명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 덕분에 개살구도 그만큼 유명해졌다.
‘개’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것을 가리키기도 하니 개망초와 개살구가 정말로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먼저 알려진 것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딴 이름 대신 ‘개’가 앞에 붙여진 것일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한 방식은 또 있으니 ‘나도’와 ‘너도’가 그러하다. 밤나무와 비슷하되 밤나무는 아닌 나무를 두고 너도 밤나무라고 하마 하고 지은 이름이 ‘너도밤나무’다. 그러자 비슷한 다른 나무가 나도 밤나무라 불러달란다고 해서 ‘나도밤나무’가 된다.
누가 이런 작명법을 고안해냈는지 그 감각이 놀랍다. 음식점이 입소문을 타면 너도나도 같은 간판을 다는 것도 모자라 원조 딱지를 붙이는 세태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처음 시작한 사람의 노고는 잊은 채 개나 소나 원조를 참칭하는 것은 도둑질이나 마찬가지다. 차라리 ‘너도’나 ‘나도’가 붙는 식물 이름이 더 정직해 보인다. 아니다. 처음부터 개, 너도, 나도 등이 붙지 않는 독자적인 이름이면 더 좋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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