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종이 중심된 기존 규제는
원칙 기반한 규제로 바꿔야
당국, 기업간 규제 차익 줄여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 필요
금융산업,제조·판매 분리되고
콘텐츠·플랫폼 역할 중요해져”
3일 개최된 ‘문화금융리포트(MFiR) 2020-디지털 금융혁신과 융합’ 제2세션에서 토론자들은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이 이미 패러다임으로 자리했다”며 “금융산업에 진출한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계속될 것”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업종 아닌 원칙을 기반으로 규제 이뤄져야 =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 규제가 과거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업권이 아닌 ‘원칙’ 기반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사업 모델이 다양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업권이 중심이 된 기존 규제로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규제를 받는 사업자, 그렇지 않은 사업자 간 규제차익이 생겨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칙이나 위험을 기반으로 한 규제 패러다임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서비스 제공자에 우선 책임을 묻는 금융당국의 무과실책임주의에 대해선 “외국은 사고가 나면 금융사들이 스스로 책임을 진다”며 “규제가 기술을 끌어올릴 때도 있다”고 옹호했다.
◇금융사·빅테크·핀테크 간 3자 성장모델 구축해야 =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산업구조 변화로 고객들의 수요가 집중되는 디지털 플랫폼은 금융사에 기회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소장은 “손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규모의 경제가 커질 뿐 아니라 고객 모집 비용을 절감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금융사, 핀테크(정보기술(IT)과 금융이 결합된 회사), 빅테크(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대형 IT회사) 간 균형 잡힌 3자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정 소장은 “핀테크와 같이 금융업 가치사슬 내에서 분리된 전략을 추진하는 신생기업은 완화된 규제로 진입을 유도하고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하지만,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빅테크는 동일한 위험을 유발하는 영업행위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산업 시가총액 5위권 내 전통 금융사 4→1 = 김재우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투자자들의 투자처가 금융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대체되고 있고, 이 같은 변화가 점차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금융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5순위 기업은 2005년 당시 씨티 그룹, JP모건체이스 등 4개 전통 금융사들이었지만 현재는 JP 모건 단 1개 기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플랫폼 기업이 돈이 되는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핀테크는 가맹점은 물론 소비자들의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해 생태계로의 유입과 구성원의 발전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전략은 이제 미국의 페이팔과 스퀘어는 물론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등 세계 각국의 플랫폼들의 공통된 지향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금융산업, 제조와 판매 분리될 것 = 이수영 카카오뱅크 전략팀장은 앞으로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는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봤다. 콘텐츠와 플랫폼 역량이 금융산업에서 중요 요소가 되는 셈이다. 이 팀장은 “금융 트렌드를 잡는 방법은 자기가 혼자 다 하든지, 사람을 사든지, 잘하는 상대와 제휴하는 방법”이라며 “카카오뱅크는 상호 유기적인 제휴가 많아질 듯하다”고 소개했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IPO를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시가총액이 4대 금융지주를 합친 것보다 크다는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이 팀장은 “기업 가치는 상장 전까지 회사가 이룬 결과와 앞으로 이룰 결과를 시장이 평가하는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가 금융을 리드할 것으로 보는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IPO 후 카카오뱅크는 다양한 금융의 맥락을 잡아 고객이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금리 대출 등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정혜·김보름·송정은·서종민·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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