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시도와 관련해 고기영 법무차관이 사퇴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이용구 변호사를 신임 법무차관에 임명했다. 이 차관은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물이고, 또 검찰에서 수사 중인 월성원전 1호기의 경제성 조작 의혹으로 고발된 산업통상자원부 전(前) 장관의 변호인이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적 관행뿐 아니라 지난 6월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防止) 법안’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안 이유를 보면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 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인 이해충돌을 사전에 예방·관리’로 명기돼 있다. 또, 지난 월요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변호사법 개정안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공직 퇴임 변호사와 공직자 간의 연고, 이른바 전관(前官) 특혜에 의해 법치주의가 훼손되므로 전관 변호사의 수임제한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연장하겠다는 게 이번 변호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하물며 피고발인과 현관(現官) 간의 연고가 법치주의를 훼손할 여지는 전관의 연고보다 훨씬 더 크다.

문 정부의 인사 원칙은 지난 8월 청와대가 밝힌 정부 부처 인사의 뉴노멀(1주택)까지 포함해 모두 엄격하게 준수되진 않고 있다. 인사 원칙에 맞는 인물들이 공직을 맡지 않으려 한다면, 그만큼 그 직책들이 비정상적으로 운용된다고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법무부 홈페이지엔 다른 국가처럼 영문 부처명을 ‘Ministry of Justice’로 표기하고 있다. 즉, 저스티스(정의)를 실현하는 정부 기관이다. 이 정의와 대비되는 용어는 의리다. 정의와 의리를 구분하기 위해 단어 앞에 수식어를 하나씩 붙여 각각 ‘사회 정의’와 ‘집단 의리’로 표현하기도 한다. 정의는 특정 집단을 넘어 사회 전체가 법 앞에 평등함을 전제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른바 내로남불을 허용하지 않는다. 공직자의 인선 기준과 유·무죄의 판단 기준도 피아(彼我) 구분 없이 만인에게 같이 적용돼야 한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원수는 적을수록 좋다. 더 큰 무리를 지향하는 정치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친구 늘리기와 원수 줄이기가 둘 다는 가능하지 않고,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어쩌면 현 집권 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기 진영만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임기 말 또는 퇴임 직후에 상대 진영뿐 아니라 자기 진영으로부터도 도움받지 못했다고 판단할지 모르겠다. 그런 판단은 자기 진영을 철저히 챙기는 게 지도자 자신에게 가장 낫다는 확신으로 전개될 수 있다.

사실, 선거 등이 다자 간 경쟁으로 치러지면 반대하는 수보다 지지하는 수에 의해 당선자나 승자가 정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은 결국 양자 간 대결로 진행될 때가 많다. 그 경우 지지자 수보다 반대자 수에 의해 승패가 결론 나기 쉽다. 한 개인의 생애 굴곡은 대체로 그를 싫어하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데, 지도자 삶도 예외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참모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글자 그대로 정의롭고 공정한 절차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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