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훈 숭실대 교수·정치학

문재인 대통령이 변한 것일까. 무슨 일인지 장관 네 사람을 바꿨다. 성에 안 차는 사람이 많겠지만 문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비춰 보면 이 정도도 작은 일은 아니다. 국민의 원성이 들불처럼 번지는데도 오불관언 꿈적도 않던 대통령이 아니던가. 청와대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동안 집권 세력은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을 믿었다.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무서울 게 없었다. 비판 여론에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개혁이란 미명으로 하고 싶은 것 다 했다. 그러나 달이 차면 기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임기 말이 다가오는데 지지층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다급해지니 국민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결국, 국민이 대통령을 움직인다. 민주주의의 주인은 국민이다. 대통령이 잘못한다면 국민 책임이다. 19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토크빌이 한 말이다.

토크빌은 민주주의에 걱정이 많았다. 어떻게 해야 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그는 9개월10일 동안 신생 민주국가 미국 전역을 누비며 민주주의의 실상을 관찰했다. 결론은 역시 국민이었다. 그는 국민이 국민답게 처신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민주독재’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엄중 경고했다.

첫째, 민주사회 시민들은 자칫 평등의 이름으로 ‘다수 압제’를 저지를 수 있다. 자기 생각이 옳다면서 반대편 사람들을 숨도 못 쉬게 겁박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의 SNS 시대를 예견한 듯하다. 둘째,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독재를 자초할 수 있다. 평등주의자들은 남은 물론 자신도 못 믿는다. 그래서 자신의 희망을 권력자에게 투사해 대리만족을 얻으려 한다. 그 대가로 통치자에게 무한권력을 준다. 민주사회 국민이 스스로 독재자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민주독재는 겉모습이 아주 부드럽다. 아무리 대통령을 욕해도 뒤탈이 없다. 자유로운 사회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런 체제에서는 국민이 온순한 ‘가축’이 되면서 끝내 민주주의의 가치를 잊게 된다.

토크빌은 민주주의의 실체적 진실에 경악했다. 동시에 그는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도 찾았다. 국민이 나랏일에 적극 참여하면서 진정한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이 그 열쇠이다. 주인은 권리만 요구하지 않는다. 책임을 먼저 통감한다. 무엇보다 우리 편이라고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 다수파가 이성을 잃으면 민주주의는 휴짓조각 신세가 되고 만다.

문 대통령이 바뀐 것일까? 아닐 것이다. 지금은 듣는 척하지만, 상황이 유리해지면 언제든 그 본색이 나타날 것이다. 대통령도 사람이다. 민주주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제도와 절차로 권력자를 통제해야 ‘야만인’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는 왜곡된 주인의식은 대통령을 사지로 내모는 원흉이다.

중국의 순자(荀子)는 2300년 전 사람이다. 그는 그때 이미 ‘물(백성)은 배(군주)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고 했다. 토크빌은 200년 전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올바르게 주인 행세를 해야 민주독재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독재자는 국민이 만든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국민이 하기 나름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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