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모센 파흐리자데 탄 차량 원격조종 기관총 외 현장에 아무도 없어…“새로운 형태 작전”
노르웨이 콩스버그사 2만1000대 수출 판매실적 1위, 한국은 한화디펜스 선두주자
장갑차, 전술차량, 전차, 자주포, 함정 등 탑재…K4, K6 이어 30㎜ 재블린, 대공·대전차 미사일 장착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동부에서 백주대낮에 벌어진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 암살 사건은 차량 등에 탑재된 기관총을 원격조종하는 이른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Remote Controlled Weapons Station)가 테러에 악용된 사례다. RCWS는 국방 지상로봇, 공격용 드론 등에 활용되기에 앞서 미래전의 지상무기와 함정에서 보편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최근 들어 크게 주목받는 무기체계다.
기존 기동 장비는 대부분 무장장치가 거치 형태로 돼 있어 시가전, 산악전 등 사격수 외부 노출에 따른 아군의 피해가 크고 야간, 기동 간 운용성이 낮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해 장갑으로 둘러싸인 차량 내부에서 원격 운용되도록 개발된 새 무기체계가 RCWS다. RCWS로 사수가 방호된 공간 내에서 외부에 설치된 각종 구경의 소총, 기관총, 대공포 등을 원격 운용해 정찰· 교전 임무 등을 주·야간 수행해 적 피탄 보호는 물론 화생방전 상황하에서도 지속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하게 됐다.
국내 RCWS 전문가들은 “이란 핵과학자 암살사건처럼 정차된 차에 설치된 기관총을 원격제어하는 것은 RCWS의 기초 기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고화진 국방기술품질원 연구원은 “장갑차, 전술차량, 전차, 자주포, 함정뿐 아니라 자율주행하는 무인차량 등에 K4(40㎜) 유탄발사기, K6(12.7㎜ ) 기관총뿐 아니라 30㎜ 기관포, 재블린(Javelin) 대전차미사일, 대공·대전차 미사일, 연막탄 발사기 등 다양한 무장을 장착하는 추세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아무도 없이 백주대낮에 영화처럼 원격조종 기관총으로 이란 핵과학자 암살
이란 핵과학자 암살 사건 배후가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완전범죄를 노린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경호원이 탄 차량 2대가 파흐리자데의 승용차 앞뒤에서 호위한 상태에서 차량 행렬이 회전식 교차로에 진입해 속도를 늦추자 별안간 기관총 사격 소리가 났다. 교차로에서 약 140m 거리에 주차한 빈 닛산 픽업트럭에 설치된 원격 조종 기관총에서 발사된 총알이 그의 승용차에 맞았고, 차가 멈추자 파흐리자데가 차 밖으로 피신했다. 기관총이 설치된 픽업트럭은 증거 인멸을 위해 자폭 장치로 폭파됐다. 차 밖으로 나온 그가 원격 기관총에 여러 발 맞았다는 보도와 현대 산타페와 오토바이를 탄 일당 12명이 그에게 빠르게 접근해 그를 쏘고 도주했다는 보도가 엇갈린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은 “파흐리자데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 작전으로 살해됐다. 암살 작전은 매우 복잡했으며, 전자 장비를 사용했고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며 “적은 완전히 새롭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했다.
◆RCWS 사용기술 및 국내개발현황
한화디펜스 무인화사업팀 관계자는 “RCWS 무기체계는 안정화, 자동추적, 정밀탄도계산, 디지털 영상, 군사좌표 획득·연동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다양한 무기체계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기동 간 조준사격에는 안정화·자동추적기술이 적용된다. 사격정확도를 극대화하는 데 화기별 정밀탄도계산 및 자동보정 기술, 탑재체계 간 연동결심·타격을 위해 레이더·전투체계·총성탐지센서·네트워크 연동기술 등 4차산업혁명시대 과학이 총동원된다.
국내 운용 중인 RCWS는 현대위아가 전방에서 운용하는 초보적인 ‘전방초소(GP) 고정형’, 한화디펜스의 함정용 RCWS인 YUB-P, PKX-M 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국내 RCWS 시장의 경우, 함정용 시장은 매년 10대 수준으로 2030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동장비용 시장은 2021년 해병상륙장갑차(KAAV)용 복합화기 양산을 시작으로 2022년 육군의 ‘아미 타이거(Army TIGER)’ 착수에 따라 차륜형 장갑차, K2 흑표전차 성능개량, 소·중형 전술차량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방로봇 시장은 현재 개발 중인 로봇체계에 탑재돼 2025년 이후 전력화될 것으로 보인다. 화포체계용 시장은 2027년 K9 자주포 2차 성능개량(PIP) 사업 시 전력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한화디펜스 KAAV용 복합화기 RCWS 내년 전력화
한화디펜스는 2003년부터 17년간 원격무장 사업을 해왔다. 현재 함정용 K6 기관총과 KAAV용 복합화기 RCWS 양산 및 무인수색차량 무장장치 개발, 차륜형장갑차용 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K6 장착 RCWS는 항만경비정 및 검독수리 B 차기고속정에 탑재하기 위해 2017년 전력화했다. 열상카메라, 거리측정기를 이용해 함정 내부에서 표적을 주·야간 구분 없이 탐지, 식별, 추적해 사격한다. 검독수리 B의 경우 전투체계로부터 표적정보가 수신되면, 원격무장 체계가 표적 선택 및 방향을 가리키고, 영상·상태정보를 다시 전투체계에 전송하도록 연동된다. 복합화기 RCWS는 한화디펜스가 해병대 핵심 돌격전력으로 운용 중인 KAAV에 탑재되는 복합화기 RCWS를 업체 주관으로 2019년 체계개발해 2021∼2023년 전력화할 예정이다. 주·야간 탐지, 표적 식별·군사좌표 획득, 기동 간 안정화·자동추적 기능으로 표적 정밀 조준사격이 가능하다. K6 기관총 외에 K4 유탄발사기, 연막탄으로 무장된다. 항법센서-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감시타격시스템 연동에 의해 표적좌표를 획득한다. K4, K6는 안정화·자동추적을 통해 정확히 표적을 조준한다. 무장·탄종·사거리별 정밀 탄도계산으로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현대로템은 고위험 전장상황에서 효율적인 감시정찰, 수색, 근접전투 수행을 위해 보병용 다목적 무인차량 무장장치 개발업체로 선정됐다. 영상카메라, 거리 측정기를 이용해 표적을 주·야간 탐지, 식별, 추적 사격이 가능하다. K3(5.56㎜) 기관총이 장착된다.
차륜형장갑차용 RCWS는 장갑차, 전술차량 탑재를 위한 130㎏급 경량형 다목적 원격무장으로, 한화디펜스가 시제품을 개발, 성능시험을 완료했다. K6 기관총이 탑재됐다. 업계는 장갑차 전술차량 자주포 등 기동 및 화력체계에 탑재 가능한 소구경에서 중구경 RCWS를 자체 개발하게 되면 국내 사업은 물론 해외의 다양한 사업으로 영역 확장이 가능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1위 노르웨이 콩스버그사 RCWS 세계시장 선도
현재 전세계 RCWS 업체 중 노르웨이 콩스버그(Kongsberg)사가 2만1000대를 판매해 판매국가, 판매수량 등 전 분야에서 RCWS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RCWS는 단일형과 복합형이 있다. 단일형은 K4 급유탄발사기 또는 중기관총 같은 화기를 짐벌(Gimbal·총기를 360도 선회 및 고각구동하고 표적에 대한 사격통제기능을 갖춘 구조물) 위에 올려 단독 운용하고 복합형은 자동 유탄발사기와 K6급 경기관총을 짐벌 위에서 동시에 운용할 수 있다.
콩스버그의 ‘프로텍터(Protector)’는 단일형 RCWS로, 미국의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스위스 피라냐 장갑차에 탑재됐다. 전기식 구동방식을 채택, 360도 선회 및 고각조정이 가능하다. 주간 OCD카메라와 레이저거리 측정기 및 영상장비를 정착했다. 목표물 탐색 후 탄약의 종류, 경사, 외부환경 등을 고려해 자동으로 탄도보정이 가능하다. 자동 유탄발사기 중기관총 등 다양한 화기 탑재가 가능하다. 독일 KMW사, 이스라엘 라파엘(Rafael)사·엘빗(Elbit)사, 호주 EOS사 등의 판매실적은 엇비슷하다. 독일 KMW사의 ‘FLW200’은 중기관총 등을 탑재, 연속 360도 회전이 가능하며 독일의 레오파르트 2 전차, 복서 차륜장갑차 등에 탑재된다. 이스라엘 라파엘사의 ‘미니 샘슨(Mini-Samson)’은 자동 유탄발사기 또는 중기관총 등 무장이 가능하다. 이스라엘 차륜형 보병수송용 장갑차 ‘에이탄(Eitan)’에 탑재됐다. 해군용 버전인 ‘미니 타이푼(Mini-Typhoon)’은 이스라엘 스텔스 무인전투정 ‘프로텍터’에 적용됐다. 호주 EOS사의 ‘R400-Mk2 복합형’은 30㎜ 캐넌과 7.62㎜ 경기관총이 사용된다. 터키 아셀산(Aselsan)사의 SARP 복합형은 자동 유탄발사기 또는 중기관총+7.62㎜ ·5.56㎜ 경기관총이 사용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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