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공수처법 처리 비판

“숫자 앞세워 민주주의 파괴
‘법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법의 지배’ 돼야 공화정 작동”


더불어민주당이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기업규제 3법 등 야당이 반대한 각종 법안을 다수 의석을 앞세워 강행 처리에 돌입하자 전문가들은 “의회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을 울린 날”이라고 비판했다. 다수결 원칙(Rule by Law)이 민주주의(Rule of Law)를 파괴한 거여(巨與)의 신형 독재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분명한 민심의 경고에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이를 거역하겠다고 결정한 셈”이라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등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공수처 출범 등을 고집한 여권을 비판했다. 이어 “이후 어떻게 사태가 진행될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며 “여러 정치 공학적으로 계산했을 텐데 어차피 욕을 먹을 바에야 숙원 프로젝트를 다하겠다는 오판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정권이 어떻게 저물었는지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형국”이라며 “나라 전체로 보면 암울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민주당이 다수결 원칙을 민주주의의 전부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금 상황은 다수결을 통해 정부와 여당이 하고자 하는 모든 걸 하는 폭주가 이뤄지고 있다”며 “의회 민주주의가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어느 조직이든 제대로 움직이려면 법에 따라서가 아니라 규범에 따라서 운영돼야 한다”며 “상호 존중과 대화 그리고 제도적 자제가 없으면 선출된 독재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은 어제 다음 정부로 넘기지 않겠다고 했으니, 포용과 설득이 아니라 배제와 군림의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법 등은 헌법원리에 배치된다. 다수결로도 바꿀 수 없는 걸 바꾸려 한다면 이는 입법독재이자 입법쿠데타”라고 지적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문화일보 창간 29주년 특집 대담에서 “공화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가 아니라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이뤄져야 한다”며 “권력이 법과 제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힘을 절제하지 않는 것은 민주적 통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손우성·김유진·서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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