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사진이 있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티셔츠 차림으로 환히 웃는 모습인데 지난 2017년 뉴저지주 뉴저지시티 리버티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2017프레지던츠컵 개막식 때 사진이다. 소속 당과 이념은 달라도 전직 대통령들이 웃으면서 어깨동무하고 함께 설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는 우려를 자아내지만, 전직 대통령들은 애국심이란 공통분모로 그런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오바마와 부시, 클린턴이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다시 한 번 나선다. 오바마는 지난 3일 “최고 감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가 백신 안전성을 확인해주면 TV에 출연해 접종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부시도 비서실장을 통해 “백신 접종 촉진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CNN에 전했고, 클린턴도 “TV에 나와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고 비서를 통해 밝혔다. 세 전직 대통령의 코로나 대응 의기투합에 대해 공영라디오 NPR는 “홍보 효과를 내는 데 전직 대통령보다 나은 인물이 있을 수 없다”면서 “그들이 뭉치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평했다. 세 전직 대통령의 스타 파워라면 코로나 백신 접종에 회의적인 미국인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의 코로나19 하루 평균 사망자가 9·11테러 때 희생된 2800명을 웃돌자 “매일 9·11테러가 일어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세 전직 대통령이 곧 개시될 백신 접종에 앞서 “먼저 맞겠다”고 나선 데 대한 기대감은 더 크다.
국가적 재난 앞에서 전직 대통령이 뭉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10월 텍사스주에서 열린 허리케인 이재민 돕기 자선음악회엔 지미 카터와 조지 H W 부시(1924∼2018), 부시, 클린턴, 오바마 등 5인이 함께 무대에 올라 단합을 촉구했다. 파킨슨병을 앓던 조지 H W 부시는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감동을 줬다. 그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도 클린턴과 함께 모금 캠페인을 한 바 있다. 코로나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뒤 전직 대통령들이 접종 홍보 대사를 자임하고 나선 미국과 달리, 한국은 도입된 백신이 전무한 데다 전직 정상들도 수감·재판·와병 중이어서 홍보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게 국가적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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