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 보존을 위한 ‘탄소중립’ 약속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그렇지만 실현 과정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경제 부담을 최소화하며, 사회·문화적으로 수용 가능해야 한다. 정부가 7일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내놨다. 하지만 방법이나 재원 마련의 구체적 방안은 없고,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하는 한편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뿐이다.

국내의 탄소 배출은 약 80%가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한다. 정부 발표대로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으로 전환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학계에서는 에너지 비중의 80%를 태양광 발전으로 조성한다고 가정할 경우 서울시 면적의 7배가 필요하다고 한다. 전 국토를 태양광으로 뒤덮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탄소 배출 제로에 발전 비용도 저렴한 원전은 이번 전략에서 쏙 빼버렸다. 최근 선진 각국은 원자력 에너지를 탄소 제로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원전 비중을 높여가는 중이다.

게다가 기업과 소비자 부담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과 에너지 다소비 업종 비중이 어느 선진국보다 높다. 정부 대처 방안대로라면 기업은 탄소세 추가에다 전기 요금의 급격한 상승이 겹쳐 경쟁력이 추락하고 대규모 해외 탈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도 전기 요금 폭탄이 불가피해진다. 그런데도 정부는 탈원전을 고수하면서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한다. “전 국민이 동참한 외환위기와 국제 금융위기 극복 저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했다. 금모으기 식으로 대처하자는 황당한 발상이다. 백년대계임에도 진짜 문제에는 손 놓고 신기루만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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