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정권 뜻대로 판사선발
헝가리, 정부에 대법관 해임권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집권한 세력이 다수결 원칙에 따라 법을 맘대로 제·개정하면서 민주주의 위기를 겪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행정권력이 사법부 인사권을 행사해 삼권분립 원칙이 무너지거나 권력 견제 역할을 하는 야당을 무력화하는 법안을 만드는 등 ‘합법적 입법 독재’를 통해 권력 강화를 꾀하는 경우가 많다.

폴란드 집권 여당은 2015년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어 폴란드 역사상 최초로 단독정부를 구성한 뒤 2017년 7월에는 대법관 인사권을, 2018년에는 판사 선발권 등을 정권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일부 법관을 정부·여당 성향에 맞는 인물들로 교체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여당이 내놓은 법안으로, 정치적 행동을 하는 법관은 정부가 해고 또는 징계할 수 있도록 해 또 한 번 논란이 됐다.

헝가리의 경우 2010년 총선에서 승리한 후 2011년 4월 속도감 있는 개헌을 단행했다. 공청회 같은 여론 수렴 절차 없이 개헌안에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정부가 해임할 수 있다는 독소 조항을 끼워 넣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2018년 말부터 사법 장악 플랜의 마지막 단계로 행정법원을 만들어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들 국가는 포퓰리즘을 이용해 권력을 잡은 뒤 포퓰리즘으로 국민의 경각심을 없애고, 장기 집권에 필요한 수단을 국회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며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다수결을 앞세운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정치학자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의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도 입법 독재에 열을 올리는 해외 사례가 다수 등장한다. 헝가리·폴란드와 같은 ‘심판 매수’ 사례는 물론,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위시해 비판 세력을 입막음하려는 시도(터키·러시아·에콰도르 등), 선거제도 등 게임의 규칙을 변경하는 시도(말레이시아 등)가 주요 사례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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