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진 원장의 개혁 청사진 중 연구원 업적 정량(定量) 평가 폐지는 용감한 시도로 여겨진다.
우리나라 특유의 줄 세우기 풍토 속에서 구성원들에게 가장 민감한 인사고과를 개선하면서 정성(定性) 평가 등 주관성이 가미된 개인맞춤형으로 바꾸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의 수월성을 고취해 성과를 내는 것은 좋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상급기관에서 인사개혁과 관련한 불안감을 내비치지는 않을까.
“맞습니다. 과기정통부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걱정을 해주시더군요. 그동안 인사고과 개인 평가는 ‘연구자 개인의 탁월성’을 평가하는 쪽으로 변해왔죠. 이것이 흔히 말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논문 공장’ 비판을 초래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설립목적과도 맞지 않고, 세대 간 같은 목표를 바라볼 수도 없게 합니다. 현재 인사평가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데, 대략 내년 초 도입에 맞춰 세부사항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논문·특허 건수 평가에 그치지 않으려 합니다. 연수만 채우면 되는 게 아니라 수월성이 있어야 책임연구원이 되도록 하려고요. 책임연구원이 되면 ‘야, 축하해’ 소리를 주변에서 들을 정도가 되도록 말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 신뢰가 전제돼야 합니다. 공정성도 담보돼야죠. 현재 S·A·B·C·D 5단계 평가에서 3단계 S·A·D 평가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수월성이 뚜렷한 S급에 비해 D급은 연구원의 의무와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죠. 2번 연속 맞으면 퇴출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A급이고요. 평가제도를 확정하기 전에 설문조사를 해서 1년 또는 3년 단위인지, 무엇으로 평가받을 것인지 등을 구성원들에게 물어볼 겁니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D급 평가자는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기 전에 상급자와 다시 목표를 놓고 협의하게 됩니다. 동료 평가, 상향 평가도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네요.”
윤 원장은 ‘빅사이언스’의 신봉자다. 이와 함께 그가 시도한 개혁 중 하나가 기업과의 공동 실험실, ‘링킹 랩(Liking Lab)’이다.
“기존의 기술이전 방식을 탈피해 상용화 가능성이 큰 기술을 KIST와 기업이 공동 발굴하고 개발하는 일종의 공동실험실 모델입니다. 완성 후 넘겨주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왜 개발한다는 공감대를 이루는 거죠. 우리 원천기술이 국민체감형 실용기술로 발전해 경제·사회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두산엔진과의 선박 미세먼지 저감용 탈질촉매 개발은 그런 사례의 하나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술성이 검증된 창업팀들을 대상으로 벤처캐피털이 연구자들과 ‘랩’을 공동 구축해 초기 단계부터 창업자 교육과 지원을 담당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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