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된 우리나라의 대표 관광지가 주체사상탑과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에게 김일성 일가 우상화와 북한의 체제 선전과 관련한 장소들이 통일이 된 우리나라의 대표 여행지라는 내용이 담긴 원격수업 참고 자료를 버젓이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수 학교에서 해당 자료를 수업 보조자료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돼 교육 당국이 실태 조사를 벌여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여명 서울시의원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에게 ‘통일이 된 우리나라’라는 제목의 학습 참고자료를 배부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로 삭제 조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논란이 된 자료는 1학년 통합교과 활동과 관련한 것으로, ‘1단원 여기는 우리나라’라는 소제목이 달렸다.

문제는 평양 지하철이나 비무장지대 판문점과 같은 일반적 장소 외에도 북한이 김일성 일가 우상화와 체제 선전 등을 위해 내세우는 장소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것이다. 실제 자료에는 주체사상과 김일성의 위대성을 선전하기 위해 세워진 주체사상탑이 사진과 함께 대표 관광지로 제시됐다. 사진 아래에는 ‘대동강 주변의 탑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석탑’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또 북한이 6·25전쟁에서 미국에 승리했다는 인식을 드러내기 위해 세운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도 포함시켜 ‘군사박물관으로, 조국해방전쟁은 북한에서 칭하는 한국전쟁을 말한다’고 명시했다. 이 외에도 김일성 광장은 ‘세계에서 16번째로 큰 광장’, 금수산기념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건물’ 등으로 소개했다.

해당 학습 자료는 2018년 4월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이 쓴 통일부 블로그의 한 게시물(사진)과 지난 9월 대구교육청에서 1학년 원격수업 보조자료로 만들었다가 수정 조치했던 자료를 참고해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블로그엔 ‘통일부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다’는 안내가 달려 있다. 전국 초등학교 교사의 74%(14만 명)가량이 가입한 커뮤니티에 공유된 수정 전 자료를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가 보고 학습 자료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 교사가 독자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나라에서 배포한 걸 인용해 자료로 썼을 뿐이어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지 않았다”며 “다만 학부모들이 항의해 자료는 삭제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여 시의원은 “교사 커뮤니티에서 다수 교사가 해당 자료를 내려받은 만큼, 다른 학교들에서도 이 자료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많은 학부모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분개하고 있는데, 교육 당국에서 실태 조사를 벌여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준영 기자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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