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합병증으로 라트비아에서 세상을 떠난 김기덕 감독의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투’(Me too) 논란 등으로 인해 얼룩졌던 그의 삶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생전 김 감독과 친분이 있었던 이들이 SNS를 통해 추모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카자흐스탄에서 라트비아로 이주해서 활동하던 김기덕 감독이 환갑일 12월 20일을 불과 한 주 앞두고 코로나19로 타계했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들었다. 입원한 지 이틀 만인 오늘 사망했다고 한다”고 전하며 “한국 영화계에 채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자 슬픔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추모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참 외롭게 가시네요. 인사동 막걸리가 마지막이었네요. 기덕이 형 잘 가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 감독의 작품에 조감독으로 참여한 강재훈 감독도 “두 영화를 조감독으로 모셨는데. 건강하셨는데, 너무 황망하네요”라고 심경을 밝혔다.

김 감독은 자신만의 단단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두루 수상해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12년에는 영화 ‘피에타’로 베네치아 황금사자상(최고상)을 거머쥔 후 훈장까지 받았다.

하지만 김 감독가 지난 2018년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후 그를 보는 대중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그는 사망하기 전까지도 피해자 및 몇몇 언론들과 소송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김 감독은 지난 2018년 출국한 후 해외에서 활동해왔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영화인들이 있던 러시아 주변국들에 머물며 현지 배우 및 스태프들과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한편 김 감독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인해 숨을 거뒀다. 델피(Delfi), 텡그리뉴스(Tengrinews), BFM 등 외신은 라트비아에 거주 중인 김 감독의 동료인 러시아 감독 비탈리 만스키 감독 인터뷰와 김기덕 감독의 통역사 확인을 거쳐 이 소식을 긴급히 타전했다.

김 감독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에스토니아를 거쳐 지난 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한 후 영주권을 획득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5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그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외교부는 이날 “현지시간 11일 새벽 우리 국민 50대 남성 1명이 코로나19로 병원 진료 중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주 라트비아대사관은 우리 국민의 사망 사실을 접수한 후 현지 병원을 통해 관련 경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장례 절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코로나19로 사망한 터라 화장 후 유족에게 유해가 인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진용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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