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2021년 임기 만료
보수 강경파 메르츠 가장 유력


독일에서 16년째 이어져 온 ‘메르켈의 시대’가 2021년 막을 내린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만큼, ‘포스트 메르켈’ 시대를 열 주인 자리를 둘러싼 경쟁 구도는 얼추 윤곽이 잡혀 있는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두 차례 연기된 기독민주당(CDU) 전당대회는 내년 1월 중 예정돼 있다. 통상 독일에선 기독사회당(CSU)과 연합정당을 구성하고 있는 다수파 CDU에서 총리 후보가 배출돼 왔는데, 여기서 선출된 인사가 내년 9월 총선 이후 차기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14일 유로뉴스·가디언 등 유럽 언론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총리가 CDU 대표를 뽑는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남자다.

메르켈 총리에 의해 CDU 사무총장으로 발탁되면서 사실상 그가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알려진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CDU 대표 겸 국방장관은 여성인 데다 메르켈 총리와 유사한 실용적·중도적 정치 스타일을 나타내며 ‘미니 메르켈’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튀링겐주 총리 선거 과정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이후 독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를 관할하고 있는 라셰트가 유력 후계자로 꼽혀왔다. 그러나 그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전국적 봉쇄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관할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독일 내에서 최초로 지역 단위 봉쇄를 취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더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가 명품 패션 기업인 ‘반라크’에 4250만 유로 규모의 계약을 주선하고, 이 기업의 제품을 인스타그램 채널에 홍보하는 대가로 라셰트의 아들이 계약금 중 32만 유로를 챙겼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여론이 급속하게 악화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데어슈피겔’이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라셰트의 지지율은 8.1%로, 메르츠(26.0%)와 뢰트겐(10.6%)에 뒤처졌다.

폴리티코는 특히 대표적인 보수 강경파 인사인 메르츠 전 대표를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로 꼽았다. 난민 문제 등과 관련해 메르켈 총리가 너무 좌파적인 정책을 추진하며 CDU의 핵심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독일 내 일부 보수 세력이 메르츠에게 확실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코로나19 대응 실무를 총괄해 온 옌스 슈판 보건장관은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지만, 여론조사에서 23.0%의 지지율을 얻어 ‘잠룡’으로 꼽히고 있다. 연정 소수파인 사회민주당(SPD)에선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총리 후보로 공식 지명한 상태다.

총선 날짜는 내년 9월 26일로, 차기 정부 구성이 내년 12월 17일까지 지연되면 메르켈 총리는 헬무트 콜 전 총리를 제치고 독일 최장수 총리 타이틀까지 얻게 될 전망이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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