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보상금 4600만원
그 돈 종잣돈 삼아 1억 불려
에티오피아 생존 노병 118명
30만 원씩 3500여만원 기탁
“이름도 모르는 나라위해 희생
존경하는 자랑스런 나의 영웅”
“이름도 모르는 나라를 위해 싸운 유엔군 참전 용사들이 헌신적 희생으로 우리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이란 나라도, 오늘의 저 자신도 이 자유의 땅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1950년 1월 전쟁둥이로 태어나 제주도에서 자란 전직 공무원 강성진(70) 씨가 6·25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태국 등 생존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위해 써달라며 한국전쟁기념재단(이사장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과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월드투게더(회장 엄기학) 등을 통해 1억 원을 기부하기로 해 세밑 한파를 녹이고 있다. 1억 원 가운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에게 이미 3500여만 원이 지불됐고, 나머지 돈들도 차례로 기부될 예정이다. 2012년 공무원직을 은퇴한 뒤 서귀포시에서 친환경 감귤농장을 운영 중인 강 씨는 14일 전화통화에서 “이 성금은 27년 전 교통사고로 작고한 제 가족의 피해 보상금 4600만 원을 종잣돈 삼아 1억 원으로 키워낸 것”이라며 “제가 넉넉한 형편은 못되지만 제 가족의 목숨과 바꾼 뼈아픈 사연을 가진 너무나 귀한 이 돈을 쓸 용처를 고민하던 중 오직 유엔군 참전용사들에게만 바칠 만한 고귀한 값어치를 지녔다고 생각해 한국전쟁기념재단 등을 통해 기탁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 씨는 지난달 14일 한국전쟁기념재단과 월드투게더를 통해 생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118명에게 30만 원씩 3542만500원 기탁식을 가졌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유엔군을 보낸 나라로, 3년간 약 7000명을 파병, 현재 90세 이상 생존자는 118명이다. 강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접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는 대신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에게 보내는 글’이란 서신을 통해 “비록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아프리카 대륙인으로서 유일하게 참전한 여러분이야말로 오래도록 존경하는, 자랑스러운 나의 영웅”이라며 “무한한 사랑을 보내며 엎드려 큰절을 올린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 씨는 그동안 NGO와 외교부·국방부·국가보훈처를 비롯, 참전국 대사관을 두루 찾아다녔으나 외교 관례 등의 이유로 개인 성금을 참전용사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데 난색을 표시하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장학금 지원 사업을 해온 한국전쟁기념재단을 소개받아 에티오피아와 태국, 필리핀 참전용사들에게 성금을 기탁하게 됐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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