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TV 오디션 세상이 왔다. 그것도 트로트 오디션이다. 올해 초 TV조선이 ‘내일은 미스터트롯’으로 촉발한 트로트 오디션 신드롬이 고스란히 지상파로 번졌다. MBC가 지난 10월부터 ‘트로트의 민족’으로 먼저 출발했고, SBS가 ‘트롯신이 떴다’ 시즌 2를 오디션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KBS는 5일부터 ‘트롯전국체전’에 시동을 걸었다. 17일 TV조선이 ‘내일은 미스트롯2’를 시작하면 일주일에 나흘,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트로트의 경연이 이어진다. ‘트로트 오디션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과연 될까.
그러나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트롯전국체전’은 첫 방송부터 ‘대박’을 쳤다. 전국 시청률 16.5%로 단숨에 간판 프로그램으로 도약했다. ‘트로트의 민족’은 11일 방송에서 시청률 12.3%를 기록했다. ‘트롯신이 떴다2’는 수요일 평일 오후 9시 방송인데도 시청률이 13.9%나 된다. 어디 트로트뿐인가. 무명가수들의 재기전인 JTBC의 ‘싱어게인’, 포크 음악으로 경연하는 엠넷의 ‘포커스’, MBN의 ‘로또싱어’도 있다. 도무지 식을 줄을 모르는 오디션의 인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하고 있는 걸까.
그건 바로 오디션의 형식이 주는 특유의 긴장 관계 때문이다. 오디션은 지원자가 심사위원에게 테스트받는 자리다. 치열한 경쟁이 치러지고 그에 따른 성공과 실패, 환희와 눈물이 교차한다. 때론 너무 가혹해 보이지만 적어도 공평한 시스템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더구나 공정한 원칙에서라면 설령 실패하더라도 위안이 되고 또 인정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이런 솔직한 과정을 지켜보며 공감하고 감동을 받는다. 그렇게 많은 오디션에도 불구하고 매번 시청자가 그 안에 빠지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너무 많으니 잡음이 없을 수 없다. 처음엔 눈치작전이 거셌다. 실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어떤 참가자는 해당 프로그램과 출연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를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일부 프로그램에선 전문 가수를 뺨치는 지원자들이 출연하고 있다. “저 정도면 초대 가수급”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명 ‘악마의 편집’이라는 화면도 종종 눈에 띈다. 될성부른 지원자가 더 많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편집을 몰아주거나, 노래가 더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사연을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엠넷 ‘프로듀스 101’이 사달이 난 것은 이런 악마의 편집에 너무 기댔기 때문이다. 인기 투표로 변질됐던 시청자 투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투표 순위 조작은 결국 ‘프로듀스 101’의 제작진을 나락으로 몰아넣었고, 시청자들을 돌아서게 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모든 것을 걸고 오디션에 임하는 지원자들의 땀과 노력, 공명정대한 선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드라마다. 성공한 이들에겐 축하의 환호를 보내고, 탈락한 이들에겐 눈물로 위로한다. 아름다운 노래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커다란 위로와 공감을 얻는다. 새로 시작한 트로트 오디션은 제발 이런 ‘원칙’을 지켜주길 바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답답하고 힘겨운 세상, 시청자들은 얼마든지 당신들의 정의로운 경쟁을 응원할 준비가 돼 있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