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병상 확보하려면
기존 중증환자들 다 빼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증에 따른 환자 치료 병상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체계 전반이 붕괴할 위기에 놓였다. 비(非)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가 차질을 겪는 것은 물론, 넘쳐나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자택대기가 잦아지면서 또 다른 확산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 앞에는 ‘응급진료센터 과밀화로 인해 진료 지연이 되고 있어 중증환자 우선으로 진료하고 있다’며 ‘경증 환자의 경우 인근 병원 방문을 권유 드린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 같은 민간 상급종합병원에 중증 환자들이 몰리면서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일반 환자들이나 상대적으로 경증인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날 오전 어머니의 입원 수속을 위해 병원을 찾은 김모(66) 씨는 “코로나19 감염자만 치료받아야 할 환자는 아니지 않느냐”며 “민간병원에도 코로나19 환자를 받으면 입원이 더 필요한 비(非)코로나19 환자들이 밀려나게 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보호자 이영민(여·37) 씨는 “수술받다가 혹시나 위급한 상황이 생겨 중환자실에 가야 할 때도 병상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지 않을까 무섭다”고 했다.

격리 치료가 필요한 호흡기 증상 환자 진료도 지연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종합병원 응급실 간호사인 한모(여·27) 씨는 “감기 환자도 코로나19 증상과 감별이 안 되기 때문에 모두 격리실 진료를 받게 해야 해 환자가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브란스 병원 측은 병상 확보를 적극 검토 중이지만 가용 인력과 시설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는 “병상을 확충하게 된다면 기존 중증환자들을 다 빼야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전날(15일) 기준으로 가용한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전국에 총 40개뿐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서울 1개, 인천 2개 등 3개뿐이다. 경기도는 동났다. 정부는 이날 중증 전 단계나 완화단계 환자를 위해 ‘준-중환자 치료병상’을 전국에 59개 지정했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입원이 가능한 병상은 서울 0개, 경기 1개, 인천 2개뿐이다.

나주예·송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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