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재판부 전문심리위원
실효성·독립성 등 긍정평가

이재용 ‘대국민 사과’ 이끌고
노동3권 보장 자문그룹 설치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준법 경영과 불법 차단을 위해 세워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출범 10개월을 맞은 가운데, 재계에서 삼성에 준법 경영 제도와 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초 법적 효력이 없는 독립기구인 준법위의 지속가능성 여부를 두고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그동안 삼성이 준법위의 권고사항을 착실히 이행하면서 주요 계열사에서 준법 경영이 제도적인 기틀을 빠르게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 내부에서 새로운 경영 키워드로 준법 경영이 안착하고 있다. 변곡점을 만든 계기는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對)국민 사과’다. 출범 직후인 지난 3월 준법위는 경영권 승계 논란과 노조 문제에 대한 사과, 시민사회와의 소통, 준법위 활동 보장을 약속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경영권 침해 등 월권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참모진의 우려에도 불구, 준법위가 요구한 핵심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는 사과문을 직접 작성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 의지를 밝히면서 과오를 사과하고 “4세 승계는 없다”고 선언했다.

대국민 사과 이후 삼성의 변화는 본격화됐다. 삼성 7개 계열사는 준법 경영 강화를 위한 공동 협약을 체결했다. 노동 3권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사관계 자문그룹’도 설치했다. ‘무노조 경영’을 폐기한 삼성전자 경영진은 지난 11월 노조 공동교섭단과 첫 상견례를 갖고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강남역 고공농성 노동자와 합의 등 묵은 난제도 해결했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준법위의 항구적인 활동도 보장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월 네덜란드 출장을 떠나기 전 준법위원들을 찾아가 “삼성을 바꾸는 것을 직접 챙기겠다.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며 불가역성(不可逆性)을 다짐했다. 준법위 홈페이지에는 삼성 내부의 위법행위 의혹을 제보받는 창구가 열려있다.

준법위 실효성에 대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지정한 전문심리위원들도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7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서 “재판부 지적 이후 준법감시조직의 위상과 독립성, 인력이 강화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내·외부 제보가 증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최고경영진이 위법행위를 하려면 결국 회사 안 조직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준법감시제도가 강화되면서 앞으로 회사 내부 조직을 이용한 위법행위는 과거에 비해 어려워졌다고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최고경영자의 준법 의지와 여론의 감시에 결국 준법감시위 실효성과 독립성 유지가 달려 있다”며 “현재로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법조계는 삼성과 특검 측 전문심리위원의 평가가 상반된 가운데 재판부 직권으로 선정된 강 전 재판관이 사실상 ‘키’를 쥐고 있어 양형 심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권도경·이은지 기자
권도경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