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지 얻으려 수교 추진
‘팔’과 대립때 저항 폭발 우려


심각한 양극화와 경제난으로 시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 속에 이스라엘과 관계개선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칫 친(親)팔레스타인 정서가 강한 민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국가는 지난 10일 모로코까지 총 4개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재 아래 8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바레인, 수단이 이스라엘과 수교한 것. 자국의 생존을 위해 미국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번 수교의 대가로 1979년 모로코가 병합한 서사하라 지역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수단의 테러지원국 지정도 해제했다. 소수의 수니파 왕족이 다수의 시아파 민중을 지배하는 바레인은 인접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위협으로부터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최근 아랍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 국적기의 영공 통과를 허용하면서 곧 수교 절차를 밟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도 이란과의 대립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2018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인사건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어 미국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수교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고 난 다음”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양국의 외교관계 회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우디가 수교에 나설 경우 많은 아랍국가가 뒤따르는 효과도 예상된다.

그러나 각국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수교를 주저하게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실리를 추구하고 싶지만, 각국 국민은 탄압받는 우방국 팔레스타인을 외면하고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것에 매우 비판적이다. 바레인의 경우 수도 마나마 등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H A 헬리어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수석연구원은 “10년 전 ‘아랍의 봄’ 당시 많은 시위대가 저항의 상징으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꺼내 들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도 “앞서 이스라엘과 국교정상화를 추진했던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결국 암살된 정서가 지금도 남아 있다”며 “아랍의 봄 사건 이후 민중이 크게 성장했고, 지지기반이 약한 정부라면 이런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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