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앞두고 직장과 동료에게
12월 말이면 33년간 정들었던 직장인 국민건강보험에서 정년퇴직을 한다. 퇴직을 앞두고 공단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2020년 12월, 인생의 전환점에서 자연스레 30여 년간 지내온 직장에서의 여러 가지 추억이 떠오른다.
1987년 대학교를 졸업한 후 동시에 합격한 대기업을 버리고 집과 가까운 현 직장을 고민 없이 선택했다. 입사 당시 국민건강보험은 설립하는 단계였다. 사무실에 출근해 보니, 책상과 의자만 덩그러니 있었고 뭔가 허전한 분위기였다. 신입의 열정과 패기는 잠시 실망으로 변하기도 했다.
입사 초기 업무차 출장을 갈 때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불편함이 컸고 출장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당시에는 직원 중 2∼3명만 자가용을 가지고 있었는데, 차로 출장을 가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출장을 가야 할 때는 자가용을 가지고 있는 직원과 같이 가기 위한 약간의 노력(?)이 있어야 차를 타고 가는 행운이 따르기도 했다. 당시에는 자가용이 직장인들이 시급히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우리 공단에도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있었다. 전 직원의 10%(1000명)가 조기퇴직을 해야 했다. 당시 초급 간부였던 나는 연고지인 창원을 떠나 수원으로 발령이 났다. 많은 직원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불안해하던 시기였다.
그때 나는 한 가지 굳은 결심을 했다. ‘책임감, 열정을 가지고 주어진 업무에 임한다면 이 위기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다짐이었다. 결국 지금까지 그 생각은 통했던 것 같다.
직장 생활 중 가장 존경하고 멋지다고 생각한 선배가 있었다. 이 분은 후배들을 신뢰하고 솔직한 인간미와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이셨다. 정도 많아서 후배들의 어려운 일에도 관심을 갖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퇴직 후에는 후배들을 자택으로 초청해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덕담과 함께 직접 농사지은 고사리를 한 묶음씩 주기도 하셨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건강을 자신하던 그분이, 그 만남 후 1개월 만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셨다. 가족 중 한 사람이 떠나는 것과 같은 깊은 슬픔이었다. 이 선배가 직장인으로서 어떤 자세로 후배를 생각하고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지 기준점이 됐다.
사실 33년간 직장 생활 중 승진, 저임금 등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업무 성격상 국민으로부터 원망도 많이 듣는 조직이었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입사 초기 어려운 가정 경제를 살려주고 결혼, 주택 마련, 노후를 대비할 기회를 제공해 준 직장에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업무 스트레스가 많았고 힘든 고비도 있었지만, 동료들이 있어 잘 극복할 수 있었다.
10여 일 후에는 정든 직장을 영원히 떠난다. 마음은 사회초년생인 33년 전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세월의 흐름은 거역할 수가 없다. 주변에서 퇴직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많이 궁금해한다. 여행, 요리, 운동 등 평소 시간적으로 투자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다. 또한 가족과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 다시 신입으로 돌아간다면 열정과 패기로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직장인이 되고 싶다.
국민건강보험 퇴직예정자 정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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