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배 정치부 차장

국회를 통과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정식 명칭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다. 가뜩이나 한파가 몰아치는 요즘 무슨 얼어 죽을 ‘발전’인가 싶다.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말에 ‘남북한 정부끼리 잘해 보자’는 의미가 있는지 모르지만, 인민들이 고려 대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 법을 통과시킨 것은 문재인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도 폭압적인 치하에서 살고 있는 북한 인민보다는 김정은·김여정 등 북한의 수뇌부만 쳐다보고 있음을 전 세계에 ‘커밍아웃’한 일대 사건이다. 차라리 ‘김여정 하명법’ ‘김정은 체제 수호법’ 같은 말은 야권이 만들어낸 프레임이긴 해도 법안의 본질을 표현하는 데는 훨씬 가까운 말이다.

이 법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우리 헌법(21조)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세계인권선언은 물론 남북이 함께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이 정하고 있는 알권리, 정보 접근권 보장 등에 모두 위배된다. 이런 점에서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을 가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격을 크게 손상시켰다.

둘째는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봉쇄하며 북한을 더 폐쇄적인 사회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표현을 잠깐 빌리면 ‘북한을 더 북한답게 만드는(∼made North Korea more North Korea)’ 법이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금지 대상에 전단 외에도 광고선전물과, 제3국을 통한 북한 가족에 대한 송금도 단속 가능하게 하고 처벌한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외부 세계에서 유입되는 정보는 북한 사람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주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로부터 잊히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려준다”고 했다.

셋째는 이 법이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중요한 갈등 사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성명을 냈던 크리스 스미스 미 연방 하원의원은 “문 대통령의 한국이 보이는 궤적(trajectory)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북한이 한국처럼 되기를 바라지만, 한국 정부가 그걸 반대한다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도 있었다.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보낸 성명에서 “한반도의 밝은 미래는 북한이 한국처럼 되는 데 달려 있다”며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했다. 방미 중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한·미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인지 모르겠다’는 식의 심각한 얘기들이 미 의회에서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문화일보에 보내온 글은 충격적이다. 그는 법의 맹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대한민국 국회에서 민주적 논의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의 결점을 고려해 개정안이 제정되기 전에 관련 민주적 기관에 의해 정당하게 검토될(duly review) 것을 권고한다”고 적었다. 국회가 아닌 다른 민주적 기관이 한국에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정당한 절차를 한 번 더 밟으라는 얘기인데, 이런 충고를 듣는 것 자체가 나라 망신이다.
방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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