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계속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은 ‘2개월 정직(停職)’과 장관의 사의 표명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헌정사상 초유로 검찰총장의 징계가 현실이 됐다. 그동안에는 검찰총장의 징계에 대한 논란이 없었다. 이는 국회 인사청문회의 대상이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급 검찰총장을 징계 대상으로 하는 자체가 어렵고 임기제까지 도입된 상황에서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인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소속 검찰청의 장(長)이지만, 형사사법기관의 장으로서 법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는 헌법재판관과 감사위원 등의 직위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퇴직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징계 처분에 관한 규정도 없다. 법관징계법에도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는 국가기관의 구성원에 대해 관련법이 징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의 선고가 아닌 우회적 방법으로 제재하는 것을 차단해 그 직위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실정법은 형식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더 중요하며 정당해야 한다. 이번 징계로 법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의 임기는 무의미해졌다. 또한, 검찰총장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고 소신 있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게 됐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규정은 위헌 문제가 있다. 그리고 법에 따라 징계를 한다고 해도 그 절차는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징계 사유는 법과 원칙에 따라 객관적으로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선 안 된다. 그런데 이번 징계는 징계위원회 구성에서부터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했고, 절차에 있어서도 징계 대상에 대해 진술을 위한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번 징계에서 또 다른 문제는 징계 사유에 관한 것이다. 윤석열 총장에게 인정된 징계 사유는 판사 문건과 채널A 수사·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성 의심 혐의 등이다. 그런데 이 징계 혐의들은 사유로 인정하기에는 객관성이 부족했다. 이는 이미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 판결, 전국법관대표자 회의, 전국 검찰의 입장 표명, 고기영 전 법무차관 사퇴 등을 통해 모두 징계 사유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 수사 차단, 검찰 인사의 중립성과 독립성 강화, 권력기관의 수사 방해 제어 등은 이번 정부가 내걸었던 공약이다. 하지만 이번 검찰총장의 징계는 이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을 당당하게 선언한 셈이다. 또한, 집권하고 보니 역대 정권이 왜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는지 알겠다고 자인한 것이다. 이번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구성이나 징계 절차는 위헌·위법적인 문제가 많았다.
징계위원회가 끝난 뒤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 검찰총장은 신임 부장검사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국민을 위한 검찰’을 강조했다. 자기 책임의 원칙은 수천 년 전 로마법으로부터 나온 법의 기본 원칙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부당한 절차는 정당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검찰이 돼야 한다고 했는지는 앞으로 역사가 밝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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