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문제가 다시 법원으로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재가함으로써 집행된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에 대해 윤 총장은 17일 오후 징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고 뒤이어 처분취소 소송도 낼 예정이다. 징계의 불법·부당성을 보여주는 사실과 정황은 이미 차고 넘친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처분취소 청구인이 되고, 대통령이 피청구인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운명도 또 한 번 갈림길에 섰다.

윤 총장은 16일 법무부 징계위원회 결정 직후 입장 발표를 통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면서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본인 개인 차원을 넘어 검찰의 중립성과 법치주의 훼손에 대한 시정(是正)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당장 징계처분 집행정지에 대한 법원의 올바른 결정이 중요하다.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조미연 부장판사)은 윤 총장 직무 배제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조 판사는 결정문을 통해 직무 배제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총장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의 취지를 몰각(沒却)하는 것”이라고 명쾌히 규정했다.

이번 경우에는, 허울이나마 징계위라는 절차를 거쳤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최종 행위자이며, 직무정지 기간도 2개월이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불법·부당한 징계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검찰총장 징계는 사유가 명확하고 중대해야 하며, 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그런데 징계위에 제기된 8개의 징계 사유 모두 이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징계위가 편파 인사들로 간신히 채워졌고, 방어권도 제대로 인정되지 않는 등 절차적 정당성도 훼손됐다.

윤 총장의 남은 임기 7개월여 가운데 2개월 직무가 정지된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가동 등으로 월성 1호기, 울산시장선거, 라임·옵티머스 등 중요 범죄 수사 지휘를 하지 못해 공익에도 큰 손실이 된다. 국민 입장에서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한다. 전직 검찰총장 9명이 “민주주의 위협의 시작”이라는 공동성명을 낼 정도다. 법원이 민주와 법치 몰각을 막을 보루 역할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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