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1년6개월만에 원고 승소
작년 지정 취소된 서울 8개高
행정소송에도 큰 영향 줄 듯
정부 정책에 비판 목소리 커져


부산교육청이 부산 지역 유일한 자율형사립고 해운대고에 내린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육 당국이 주도한 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부산지법 제2행정부(부장 최윤성)는 18일 해운대고 학교법인인 동해학원이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해운대고 측과 변호인은 “부산시교육청의 지정취소 절차 등의 문제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판결을 환영한다”며 “내년 신입생 모집에 대한 자사고로서의 현재 학사절차를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부산교육청은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부산교육청은 지난해 6월 해운대고의 운영 성과를 평가한 결과 기준점인 70점에 못 미친 54.5점을 기록했다며 해운대고에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고, 교육부도 이에 동의하면서 지난해 8월 해운대고의 자사고 지정취소를 확정했다.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가까스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던 해운대고는 이날 1심 승소로 자사고 지위를 연장할 수 있게 됐다. 부산교육청이 항소 뜻을 밝혀 본안소송이 대법원까지 간다 하더라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2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이날 판결은 해운대고와 비슷한 시기 자사고 지정취소를 당해 행정소송을 낸 다른 자사고들의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운영평가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지정취소 결정을 했던 8개 자사고가 현재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고, 이들은 재판부와 협의를 거쳐 내년 1∼2월 중 1심 선고기일을 정할 계획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해운대고의 재판 결과는 다른 자사고 행정소송 재판 과정에 참고가 되기 때문에 이들의 1심 승소 기대치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교육 당국의 자사고 일괄 폐지 정책에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 교육 당국은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의 일환으로 2025년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계속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존재함에도 교육 당국이 교육 평등화 정책에만 매몰돼 정책을 추진했으나 법원의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교육 당국의 정시 확대 정책과 맞물려 자사고의 인기는 더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입시 당락을 가르는 정시가 확대되면 자사고 학생이 유리하다는 것이 입시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부산=김기현 기자, 박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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