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하는 아들 주홍에게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고교생활을 마치고 이제 입대를 앞두고 있구나.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사고란 사고는 다 저지르며 무던히도 부모 속을 썩이더니 어느새 군에 가는 날짜가 잡히다니. 재수까지 하고 겨우 턱걸이로 ‘인서울’ 대학을 간 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 동기들 얼굴도 모른 채 군에 불려간다고 투덜댈 때 사실 나는 속으로 잘됐다 싶었다. 네가 군에 가 고생을 좀 해야 철이 들 거라는 생각이 없잖아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1년 6개월 군 생활이 너를 철들게 하기엔 너무 짧다는 생각도 든다. 아비가 돼서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만…. 어쩌겠니, 너는 내가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천방지축 고삐 풀린 망아지였으니까. 담배를 피우다가 들켜 징계받는 건 약과고, 학교 담장을 매일 넘다시피 하고, 폼을 잰다며 툭하면 아비 옷을 입고 나가 잃어버리고, 말로는 장난이지만 친구들을 괴롭히다 급기야 ‘학폭사건’으로 번지고, 그것이 부당하다는 네 말만 믿고 행정소송까지 갔다가 더 크게 징계를 받고, 무슨 동아리 행사는 그리 많은지 심야 귀가에 외박까지. 집 주변 PC방은 네가 집보다 더 오래 지낸 생활의 터전이었잖느냐. 이제 와 너의 죄상을 다 읊으려니 좀 미안한 일이다만 네 놈도 딱히 할 말은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아, 내가 너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단다. 꼭 내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네가 심성이 참 착한 놈이란 걸 내가 봐 버렸기 때문이다. 왕따 당하는 친구가 있으면 너는 오히려 그 친구와 더 친하게 지내려 한다고 했지. 우리보다 좀 못사는 친구들이 있으면 집에 데려와 며칠을 같이 보내기도 하더라. 여럿이 한 묶음으로 학교 징계에 끌려들어 갔을 때 핑계 대지 않고 “네, 제가 그랬습니다”하고 주범으로 나서 엄마 속을 뒤집어 놓기도 했지.

그런 네 모습을 볼 때마다 ‘아 이놈이 그래도 완전히 싹수가 노란 놈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사내답지 못하게 징징거리며 빠져나갈 궁리나 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거짓말로 순간의 모면을 하려고나 했으면 어쩌면 너는 내 맘 속에서 일찌감치 선 밖으로 쫓겨났을 것이다. 한때는 ‘어떻게 너와 같은 자식이 나한테서 태어났을까’하고 네 엄마 몰래 유전자 검사를 한 번 해볼까도 했었다. 다행히 너의 겉모습이 나와 흡사한 점이 많아 그 지경까지 가지 않았다마는 그만큼 너는 별종이었다.

이제 네가 아비도 못 간 군대에 간다고 하니 내 나름 참 심경이 복잡하다. 네가 사고를 칠 때마다 이해하는 척하면서 매번 화를 쏟아 내고 적잖이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스스로 화를 참지 못해 매를 들고는 혼자 후회한 적도 있었지. 따지고 보면 아비보다 심성도 좋고 인물도 낫고 잠재력도 더 많은 아들인데 왜 좀 더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왜 조금만 더 네 편에 서서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도 든다.

그런데도 언제나 씩씩하게 조폭 흉내를 내며 아비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너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웃고 만다. 부디 그 착한 심성 잃어버리지 말고 군에 잘 다녀오너라. 제대하는 그날, 진하게 막걸리 한잔 하자. 사랑한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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