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치료센터 전환 일방 통보
“제대로된 수업도 못받고 기말
1년을 버렸는데 또 희생 강요”


서울시와 경기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관련 병상 부족 문제로 대학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놓고 학생들 사이에선 “학생 의견이 배제된 채 모든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1년간 대면 수업과 학내 활동이 금지되는 등의 피해를 본 대학생들에게 명확한 보상책 없이 또다시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 14일 서울대·연세대·고려대·중앙대 등 서울 시내 8개 대학에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게 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지난 16일엔 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시립대 기숙사에 520개 병상 규모의 생활치료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했고 추가로 3개 대학이 기숙사 전환과 관련, 긍정적으로 답변해 후속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병상 확보가 시급해져 긴급 요청을 한 것”이라고 했다.

대학들은 갑작스럽게 통보된 기숙사 전환 요청에 혼란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협조 요청을 받은 한 대학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수업 전환과 시험, 등록금 감면 여부 등으로 학생들의 신경이 날 서 있다”며 “시의 입장과 학생들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미 500여 명에 대한 기숙사 퇴거 요청이 내려진 서울시립대에서는 보상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김성중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에서 기숙사 전환 요청이 온 지 하루 만에 일방적으로 퇴거가 결정됐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 알지만 식비, 교통비 등 명확한 사후 대책이 확정되지 않아 학내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서울시 측은 학교 인근 호텔 3곳을 임시 거처로 지정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1인 1실이던 기숙사 운영 기준을 임의로 2인 1실로 전환해 학생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달 4일부터 변호사 시험을 앞둔 로스쿨 재학생들은 교내 감염병 확산 우려에 주거지까지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대는 기숙사 전환에 대해 학내 반대 의견으로 호암교수회관을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선뜻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대 공과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모(30) 씨는 “임시 주거지와 보상책 등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숙사 전환에 협조하라는 건 대학생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도 지난 14일 경기대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경희대 등 6개 대학 기숙사를 추가로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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